EBS에서 새로운 독립영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독립영화가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는 요즘, 듣기 힘든 뉴스인 까닭에 반가운 마음부터 앞선다. 3월부터 새벽 1시경에 시청자를 맞이할 <독립영화극장>의 총책임자는 올해로 방송 프로듀서 경력 10년차에 접어든 오정호 PD. 차분하지만 단단한 말투의 소유자인 그는 처음에는 취재에 응하지 않으려 했으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프로그램의 방영을 미리 입소문내고자 마음을 바꿨노라고 고백했다. 눈발이 간간이 날리던 1월의 마지막 날, 어렵사리 성사된 그와의 대화를 여기에 옮긴다.
-EBS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현재는 편성기획팀에 있다. 제작일선을 잠시 떠난 상태인데 이 시기를 우리는 ‘군대’라고 부른다. 2년 정도 의무복무를 하는 셈이다. 2000년 7월 <시네마 천국>을 통해 PD로 데뷔했고 그때부터 제작에 몸담았다. 중간에 <단편영화극장>을 함께 만들기도 했고.
-<독립영화극장>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일단은 가치적인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선 EBS가 지켜온 부분이 있다. 독립영화를 가장 먼저 발견했고 지켜왔으니까. 97년부터 <시네마 천국>에서 한달에 한번 정도 단편영화를 받아서 틀었고 98년 <단편영화극장>을 개설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2002년 KBS에서 <단편영화전>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해 이런 시도를 확대한 부분도 있고. <독립영화극장>은 단편영화의 가치나 목적성을 조망할 때 해보자 하는 편성기획 PD들의 의견이 있었다. 5년 만에 부활했다고 할 수 있는데, 프로그램 명칭은 바뀔 수도 있다.
-어떤 성격의 작품을 방영할 계획인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작품성을 갖추되 TV 방영이 가능한 작품들이 될 듯하다. TV는 파급력이 큰 좋은 창구긴 하나 한편으론 어느 정도 한계가 지워진 창구다. 인디스토리, 필름메신저, 영화아카데미 배급팀, 영상원 배급팀 등을 만나본 다음 결정할 예정이다. 해외 단편도 거의 매주 한편씩 국내 단편과 같이 보여주고 싶다. 인디스토리쪽이 지금 클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 가 있는데 작품들을 일단 뽑아달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사실 독립영화에 있어 한국독립영화협회나 인디스토리 같은 배급사의 역할이 크다고 느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대상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디스토리의 곽영수 대표 같은 사람들의 고집스러움이 독립영화를 지켜내는 거다. 상업영화는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기 때문에 다른 데로 갈 수 있지만 단편영화는 제작부터 상영까지 굉장히 단선적인 구조로 이뤄진다. 배급, 상영 등의 끈을 잘 연결시키지 않으면 통로를 찾을 수 없다. 이번 프로그램의 의미도 그런 부분에서 찾고 싶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있나. =삶이라든가 현상의 일부를 잘 드러내는 단면이 있다. 그 단면을 딱 썰어서 보여줄 때 전체가 정확히 보이기도 한다. 단편영화에는 그런 맛이 있다. 하루를 보여주더라도 짠한 그런 부분들을 들추는. 단편영화의 힘은 거기에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