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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가족’의 일상, 구질구질해도 짠해~ <다섯은 너무 많아>
ibuti 2007-01-26

<마이 제너레이션>을 보다가 사채업자를 연기하는 시큰둥한 표정의 배우가 눈에 들어왔다. 감독에게 물어보니 수학선생인데 단편영화도 찍는 사람이란다. 그의 작품이 궁금하던 차에 보게 된 <다섯은 너무 많아>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유쾌하며 따뜻한 작품이다. 겨울방학 중 20일 동안 19회차 촬영 끝에 완성했다는 <다섯은…>은 황금의 마음을 가진 여자 대장과 그녀에게 붙어사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16살 가출소년 동규와 30살 노처녀 시내는 ‘1회용품 사용규제 위반사업장 신고 포상금 제도’로 인해 만난다. 시내가 던진 돌에 맞아 쓰려졌다 깨어난 동규가 어디냐고 묻자 그녀는 대답한다. ‘우리 집’이라고. 한뼘이 될까말까한 단칸방은 그렇게 해서 내 집이 아닌 너와 나의 집으로 바뀌고, 곧이어, 갈 곳 없는 조선족 처녀 영희와 라면가게를 말아먹고 거리로 나앉은 만수의 보금자리가 된다. 감독은 <다섯은…>이 가족의 당위성을 의심하는 ‘안티가족’ 이야기인 동시에 상처받은 외로운 사람들이 그들만의 새로운 가족 형태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대안가족’ 이야기라고 말한다. 너무 착한 네 주인공과 결말의 과도한 행복감으로 인해 영화의 현실성이 덜할 정도지만, 구질구질하면서도 짠한 일상이 안겨주는 날것의 느낌은 몇 개월 뒤에 개봉된 <가족의 탄생>을 순진한 동화처럼 보이게 만든다. <다섯은…>의 메이킹 필름 마지막에 누군가가 ‘소박한 기적을 꿈꾸며’란 글귀를 써놓았다. <다섯은…>을 극장에서 본 일반 관객 수가 3천명을 조금 넘었으니, 작은 독립영화가 다수의 마음속에 불씨를 지피는 건 역시 기적 같은 일이었던 셈이다. DVD는 부록으로 ‘현장이야기’(15분)와 인터뷰(28분) 등을 수록했다. 현장기록이라고 해봐야 추운 겨울에 컵라면을 먹고 입김을 불어가며 영화를 만드는 현장을 듬성듬성 성기게 기록해놓은 것이지만 그만큼 더 정겹다. 영화와는 다른 모습 안에 같은 마음을 간직한 배우들과 감독의 인터뷰는 독립영화의 현재를 잔잔한 웃음과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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