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3484-3759
1977년에 제작된 <토요일밤의 열기>는 에너지가 넘치고 떠들썩했던 디스코 문화를 추억하게 만드는 영화다. 지금까지도 <Night Fever> <Stayin’ Alive> <How Deep Is Your Love>를 들으면 그저 춤과 여자를 좋아했던 브루클린의 청년들을 떠올리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토요일밤의 열기>는 언젠가는 현실과 맞닥뜨려야만 하는 청춘의 끝을 쓸쓸하게 환기시키는 영화이기도 했다. 클럽에서 보냈던 밤이 끝나고 아침이 오듯, 청년들은 춤추기를 멈추고 주급 몇 달러면 부족함이 없던 브루클린을 떠나야만 한다. <토요일밤의 열기>의 카피는 ‘Where do you go when the record is over…’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199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는 1970년대를 느껴보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흥분과 열기를 전해줄 만한 작품이다. 브루클린의 페인트 가게에서 일하는 청년 토니는 주말마다 클럽에 가서 춤을 추는 것이 낙이다. 그는 댄스파트너인 아네트의 구애를 받고 있지만, 잠깐 춤추는 모습을 보았을 뿐인 스테파니를 보고 사랑에 빠져 함께 댄스경연대회에 나가자고 청한다. 스테파니는 맨해튼에 있는 음반제작사에서 일하고 있다.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그녀는 토니를 좋아하면서도 그 마음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토요일밤의 열기>는 한순간도 춤과 노래를 멈추지 않는 뮤지컬이다. 백인 노동계급의 디스코와 라틴계 이민청년들의 라틴댄스가 스테이지에서 격돌하고, 설익은 사랑과 청춘을 노래하는 감상적인 멜로디가 귓가를 간질인다. 박건형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한국어 버전 <토요일밤의 열기>가 있었지만, 귀에 익은 가사를 원어 그대로 듣는 즐거움은 또 다른 것이다. 다만 리듬을 놓칠 수 없는 뮤지컬의 특성 때문에 묵직한 감정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원작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했던 그룹 비지스는 이 뮤지컬을 위해 <Immortality> <First & Last> 두곡의 노래를 더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