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들은 강했다. 이상훈 감독의 <마파도 2>가 서울 66개, 전국 375개 스크린에서 서울 15만 3319명, 전국 73만 7363명(이하 배급사 집계)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2005년 3월에 개봉, 전국 309만명을 동원한 전작 <마파도>는 서울 8만 7038명, 전국 47만 2000명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마파도>는 5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구가하던 흥행작 <말아톤>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전작과 비교하면 <마파도 2>는 급증한 스크린 수와 상대적으로 좋은 배급 시기를 발판으로 1주차 흥행을 일궈냈다. <마파도 2>는 박스오피스 점유율에서도 23.5%를 기록해 전주 1위를 차지한 <에라곤>의 16.3%를 크게 상회했다. 서울과 지방의 스크린 비율이 1 대 4.7에 달할 정도로 <마파도 2>는 지방 관객을 집중 공략했고, 그 결과 첫주 스코어는 지방 관객이 서울 관객의 4배에 달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마파도 2>의 성공으로 <중천> 이후 오랫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다. <마파도>시리즈를 제작한 코리아엔터테인먼트 이서열 대표는 “도시인들은 바쁘고 정서적으로 메말라있다. 다른 코미디물과 달리 <마파도> 시리즈는 무엇보다 할머니들의 따뜻한 정서를 기반으로 한 점은 가장 큰 흥행포인트”라고 말했다.
김아중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도 흥행가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서울 57개, 전국 261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미녀는 괴로워>는 서울 163만 6451명, 전국 571만 4914명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드디어 한국영화 역대흥행 10위 <공동경비구역 JSA>의 583만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장기적으로는 코미디영화 중 역대 최고흥행을 기록한 <투사부일체>의 612만명을 추월하는 일도 가능할 듯하다.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성형이라는 이슈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높은 오락성으로 승부했다. 미녀, 성형, 립싱크, 콘서트와 같은 중심이 되는 볼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화적인 완성도는 실망스러운 대목도 있었다. 유기적으로 드라마를 꿰기 보다는 강한 감정을 그대로 밀어붙였는데 대중적으로는 그게 맞아떨어진 듯하다. 과거와 달리 요즘 관객은 그러한 영화적 완성도의 세세함보다는 설정 자체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3위에 자리한 강혜정·배종옥 주연의 <허브>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서울 54개, 전국 275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허브>는 서울 27만 242명, 전국 95만 9명을 동원해 100만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한국영화가 나란히 흥행 1,2,3위를 차지한 것은 오랫만이다. 상위 세 편이 3일 동안 동원한 관객은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106만명에 달했고 박스오피스의 절반을 차지했다. 예매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간의 화제를 불렀던 <로버트 태권V>는 극장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스크린 수에 비해 상영회수가 적었던 점, 국산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성공했던 사례가 드물었던 장르적 요소가 현재의 결과를 예상케 했다. 하지만 30년 전 애니메이션 복원판으로 5위를 차지한 것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성적. 대규모로 개봉하는 한국영화 개봉작이 없는 이번주 배급상황을 감안하면, <마파도 2>와 <미녀는 괴로워>의 선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