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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있수다] 변태의 숲

<노다메 칸타빌레>

지난해, 내게 최고의 배우는 단연 다케나카 나오토다. 어둠의 세계에서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알현한 이라면, 100% 공감할 것이다. 나는 마치 의식을 치르듯 이 드라마를 기다렸는데, 내 시선이 머문 곳은 노다메의 귀여운 슬랩스틱도, ‘치아키사마’의 썩소도 아니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 최고의 팬서비스를 날렸던 천재 교수(라기보다 변태 영감) 슈트레제만! 원작만화에서 독일인으로 설정돼 있던 인물이 다케나카 나오토화해 나타난 순간, 나는 기가 막혀 쓰러질 뻔했다. 그는 조악한 가발에 실리콘으로 코를 세우고, 천연덕스럽게 독일식 일본어를 구사했다. 곧 나는 꽃미남 치아키를 라이벌로 삼는 그의 대단한 착각과 뻔뻔함,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을 사랑하게 됐다. 반질반질한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순간에는,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기까지 했다. 이토록 개성 뚜렷한 변태를, 이제껏 나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슈트레제만은 그야말로 헤어날 수 없는 블랙홀이다.

변태의 숲으로 들어간 건 다케나카 나오토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 순재’ 이순재 선생이 변태의 숲에 발을 들여놓으셨다. 그 근엄하던 가부장께서, 아들딸은 말할 것도 없고 아내와 형제들까지 벌벌 떨게 했던 천하의 이순재가 말이다. 발랄한 분홍빛 의사 가운 차림도 어쩐지 그로테스크했는데, 야동을 보다 들켜 쩔쩔매던 이순재의 표정은 한국 TV 역사에서 새로운 경험이다. 이보다 구수할 순 없지만 예측 가능한 임현식의 코미디나, 이보다 강렬할 순 없지만 역시 예측 가능한 김수미의 입심과는 분명 다른 차원이다. ‘야동 순재’는 초딩과 유치한 문자싸움을 벌이고 주책맞게 야동에 매진할지언정, 지리멸렬한 교훈을 늘어놓는 꼰대가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람직한 캐릭터라 생각한다.

다케나카 나오토와 이순재. 비교하기엔 참으로 다른 인물들이지만, 어쨌거나 나는 이들의 주책맞은 슬랩스틱이 반갑다(덧붙여 <미스 리틀 선샤인>의 포르노에 심취한 할아버지도 내겐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한국영화 속 어머니들이 찌질한 아들들 때문에 삶의 무게를 지고 가는 동안, 한쪽에서는 이렇게 샤방샤방 자신만의 숲으로 들어간 건강한 할아버지들이 있다. 그나저나 올해는 나도 이들처럼 변태의 숲에서 거닐고 싶다면… 나 역시 변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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