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죄송한 사람이 있다면 잘생겨서 억울한 사람도 있다. 최근 <디파티드>와 <블러드 다이아몬드>, 그리고 비디오로 <셀러브리티>를 빌려 보고 나서 든 생각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바로바로바로바로~(재용아, 누나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디파티드>를 보면서 ‘짜식 연기 좀 하네’, ‘나도 이제 연기파라 이거지?’ 하다가 <셀러브리티>를 보면서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우리 디카프리오는 원래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해보면 바짝 마른 몸의 정신지체아 어니(<길버트 그레이프>)일 때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연기파 소년이었다. <배스킷볼 다이어리>나 <토탈 이클립스>를 찍을 때만 해도 그에게는 반항아 이미지를 지닌 핸섬가이이면서 동시에 실력있는 젊은 배우라는 타이틀이 놓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모든 것을 망쳐(!)놓은 게 <타이타닉>이다. 이 영화 이후 그는 핸섬가이의 아이콘에 슈퍼스타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서 아무도 그의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기 시작했다. 물론 <타이타닉> 이후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비치> 같은 영화를 선택한 건 그의 실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나를 포함한 관객이 ‘우리 디카프리오만 나오면 되지, 연기 따위야 무슨 상관이랴’라는 태도로 관람에 임해왔던 것도 약간의 귀책사유는 있지 않나 싶다. 기록에 남는 초대박영화를 찍고 그 영화에 출연했던 것에 대해서 그가 후회한다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해온 데는 개인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디파티드>를 보면서 이제 그를 배우로 보자고 맘먹었던 다짐이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보면서 도루묵이 되고야 말았다. 이제 나이를 먹어 적당한 미간의 주름과 중후한 갑바까지 갖춘 그의 모습은 보는 이의 판단을 중지시킨다. 전보다 더 심하게 말이다. 전형적인 용두사미형 영화인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장면은 대니가 목숨 걸고 찾아낸 다이아몬드를 솔로몬에게 주고는 매디와 통화하면서 폼잡고 죽어가는 부분이다. 하도 떠들어대서 “그렇게 떠들 기운 있으면 닥치고 일어나서 빨리 따라가시지”라는 말이 나와야 나의 정상적인 반응이었을 텐데 나는 그저 우리 디카프리오님이 죽으면 영화가 끝나고 영화가 끝나면 그를 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한 시간 정도만 더 통화를 하고 죽으면 좋을 텐데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보는 사람이 이럴진대 어떤 제작자가 작품을 위해 가차없이 그를 죽이거나 망가뜨리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겠는가. 하여 늘 배우이고자 하는 디카프리오는 작품 고르기 더 힘들어지는 거고 잘생겨서 억울한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운명이 있듯이 미남에게는 그가 걸어가야 할 세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디카프리오. 억울해도 슬퍼도 멋있게 남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