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1: <요괴처리인 트라우마> <지옥선생 누베>
요괴가 무엇인지 모르겠거나, 요괴물이 약간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서 추천하는 작품. <요괴처리인 트라우마>는 초등학교 저학년용 명랑만화와 80년대 순정만화의 그림체가 요괴 이야기를 풀어가는 식이다. 실제로 주인공은 7살의 초등학생 트라우마 네코타로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온 요괴처리인 그룹의 일원이라는 것을 보면 아베노 세이메이의 후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생김새는 1/3등신의 몸에 교복을 입은 작은 소년. 사건을 맡으면 <착한 어린이의 요괴도감>을 꺼내보기 때문에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옥선생 누베>도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누베 선생이 요괴를 잡을 때 한팔이 괴이하게 변할 때는 약간 공포물 같고, 요괴들이 갑자기 헐벗은 옷차림으로 등장할 때는 어설픈 성인물 같은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초급2: <음양사> <민속탐정 야쿠모>
<음양사>는 정확히 말해 초급용은 아니지만 일본 요괴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데다가 소설, 만화, 영화 등 원하는 텍스트를 골라잡을 수 있다는 면에서 초급용으로 분류했다. 음양사는 별의 상을 보고 사람의 상을 보는 사람. 방위도 보고, 점도 치고, 주술로 사람을 저주해서 죽일 수도 있고 환술을 부리기도 한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무속인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음양사는 운명이나 영혼, 귀신 등에 통달한 인물이며 요괴를 지배하고 부릴 수 있는 사람이다. <음양사>의 주인공인 아베노 세이메이는 헤이안 시대의 실존 인물로, 엄마가 여우라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인물이다. 만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민속탐정 야쿠모>는 정확히 말해 요괴물은 아니지만 민속학자인 주인공이 종종 들려주는 요괴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중급1: <백귀야행> <음양의 도시>
이치코 이마의 만화 <백귀야행>은 원래 단편으로 기획되었던 작품이다.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면서 초반에는 이야기가 부산한 느낌이 있다. 주인공 리쓰는 요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호요괴인 아오아라시의 보호를 받고 있다. <백귀야행>은 그런 리쓰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 혹은 요괴의 사랑과 미움, 외로움을 읽고 요괴를 쫓는다. 리쓰가 퇴마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과 요괴가 서로의 경계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 편이다. <음양의 도시>는 <음양사>와 같은 시대인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세이메이 주변의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라이트 노벨이다.
중급2: <샤바케> <환상동물사전>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샤바케>는 ‘속세의 명예, 이득 등 갖가지 욕망에 사로잡히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에도시대의 대형 운수상회 나가사키야의 유일한 후계자인 이치타로는 몸이 허약해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사는 소년이다. 이치타로는 외할아버지가 붙여준 요괴들의 도움으로 곤란한 일을 피해가곤 하는데, 이 요괴들은 인간인 척 가게 일을 돕는 동시에 이치타로의 건강에 관해 온갖 잔소리를 한다. 어느 날 요괴들 몰래 외출했던 이치타로는 살인자와 밤길에 마주치면서 장안을 떠들썩하게 하는 연속살인사건에 발을 들인다. 들녘에서 펴낸 <환상동물사전>은 요괴를 비롯해 동서양의 판타지물에 등장하는 온갖 이상한 존재들을 총망라한 책이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본 요괴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고급: 교고쿠도 시리즈, <일본의 요괴문화>
요괴물 고급들의 특징은 어느 정도의 장광설을 참아야 한다는 데 있다. ‘교고쿠도 시리즈’와 <일본의 요괴문화>는 요괴물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도와주지만 웬만한 관심이 없으면 초반에 책장을 넘기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교고쿠 나쓰히코가 쓴 ‘교고쿠도 시리즈’는 교고쿠도라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음양사의 일도 겸한다고 알려진 교고쿠도와 그의 친구 세키구치가 기이한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요괴물이라 해서 요괴가 직접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요괴 탓이라고 치부하는 사건들을 민속학, 사회학,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통찰력을 발휘하고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식이다. <일본의 요괴문화>는 일본의 요괴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제공하는 글을 모은 인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