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목적>의 홍
홍의 ‘No’에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당장은 Yes’가 아니라는 유보의 의미가 담겨 있다. 알면서 모른 척, 넘어가는 척하면서 상대방을 탐색하기. 이 무슨 복잡미묘한 연애공식이란 말인가. <연애의 목적>에서 진정한 고수는 대놓고 집적거리는 유림(박해일)이 아니라 줄다리기에 능수능란한 홍이다. 뻔뻔한 거짓말과 복수, 당돌한 대사가 오가는 이들의 연애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게다가 홍은 순진한 얼굴로 마지막까지 유림에게 한방 먹였으니, 세상 남자들이여, 홍 같은 여자를 물로 보지 말라.
<허브>의 상은
달라진 건 강혜정의 새치름한 입매만이 아니다. 내숭 백단 능구렁이에서 일곱살 영혼의 상은으로 대폭 연령대를 다운한 강혜정. <허브>의 상은에게는 어떤 전략도 필요없다. 좋으면 마음이 설레는 거고, 발그레 얼굴을 붉히며 고백하면 된다. 당연히 사랑의 대상은 머리 굴리며 탐색해야 할 작업남도 아니고, 줄다리기가 필요한 고수도 아니다. 상은은 어느 날 짠 하고 나타난 교통의경 종범(정경호)을 동화 속 왕자님이라 여기고, 이 뺀질뺀질한 자뻑 왕자마저도 순수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