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DVD는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2장으로 만들어지는 게 공식이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구겨넣어 볼썽없는 일부 DVD처럼 될까봐 우려했던 <천하장사 마돈나> DVD는 다행히 준수한 얼굴과 알찬 내용을 보여준다. 몇 가지 테마로 구성된 메이킹 필름이 70분을 훌쩍 넘기며, 두 감독은 같은 작가 출신 감독인 김대우와 대담(31분)까지 벌이고, 19개의 삭제장면(30분)이 편집 당시의 갈등을 대신 전하기도 한다. 그중, 영화의 에필로그 공연 앞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진 ‘트랜스젠더 김비의 이야기’(10:03)는 필견이다. 영화의 주제 중 하나인 ‘성적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고 껴안기’에 대해 차분하게 말하는 실제 트렌스젠더이자 작가인 김비의 목소리가 각별하다. 7명의 배우가 집단으로 진행하는 음성해설은 숨겨진 에피소드를 듣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개그맨과 VJ 출신 배우가 위치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웃을 일이 많아진다. 하지만 영화에 충실하게 접근하고 싶다면 아무래도 두 감독의 음성해설을 선택하는 게 낫다. 비슷한 이름에, 작가로서 오랫동안 같이 작업해온 두 사람이지만 공동연출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음성해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이해영은 “영화를 찍는 동안 4시간마다 이해준을 죽이고 싶더라”고 고백하고야 만다. 그만큼 긴박하게 작업에 임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신인감독의 DVD 음성해설에서 꼭 듣게 되는 말이 있는데, <천하장사 마돈나>의 음성해설도 예외가 되진 못한다. 데뷔작에 들인 공이 누군들 작겠냐만, 두 신인감독은 과할 정도로 세세한 설정들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음을, 보여지지 않았음을, 전달되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한다. 노력했으니 알라달라는, 신인 특유의 귀여운 기색이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한 소년의 절절한 투쟁을 소박하고 환한 웃음으로 마무리한 작품이다. 그런데 두 감독은 일부 극장에서 보수적인 사람들이 거부감을 대놓고 표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고 전한다. 타자를 이해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존중하기를 바라는 두 사람의 소중한 뜻과 달리 쉽지만은 않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