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삽입된 <마리아>는 지난 오욕의 세월을 버텨낸 제니에게 선사하는 힘찬 응원가다. 현재 각종 온라인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마리아>는 영화 전체의 음악을 조율한 이재학 음악감독이 70년대 활동했던 뉴에이지밴드 블론디의 동명노래를 불러와 편곡, 개사한 곡이다. 그룹 러브홀릭 멤버이기도 한 이재학 감독은 O.S.T의 인기에 대해 “우리의 목표대로 김아중이 정말 가수처럼 보였다는 뜻인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블론디의 <마리아>를 선곡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용화 감독이 워낙 넣고 싶어했다. 나도 러브홀릭 공연 때 자주 부르던 노래라서 알고 있었다. 음악에 특유의 에너지와 선동하는 느낌이 있더라. 곡을 결정하고는 제니를 에이브릴 라빈 같은 틴팝가수로 설정했고, 블론디의 <마리아>에 현재의 트렌드를 가미하는 편곡을 했다.
영화음악은 이번이 처음인가. <마법사들> <싱글즈> 등의 작품에서 러브홀릭 음악이 삽입된 적은 많았다. 그것과 내가 직접 영화음악을 하는 것은 매우 다른 작업이다. 지금까지는 음악감독에게 선택을 받았지만 이건 내가 다 조율하는 입장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후반작업 시간이 정말 짧았다. 러브홀릭의 리메이크 앨범작업과 클래지콰이와의 합동공연이 겹쳤고, 게다가 일본에서 2번이나 프로모션이 있었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면 잠을 안 자면 되는데 잠을 자지 않아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한번은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다른 멤버들을 먼저 일본에 보내고 늦게 갔는데, 비행기에서 자느라 못 내려서 다른 멤버들을 애먹인 적도 있다. (웃음)
러브홀릭 멤버들은 어떤 도움을 주었나. 그들은 나에게 존재 자체로 힘이 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눈치를 많이 봤다. 다른 일 때문에 피곤한 모습을 보이는 게 정말 미안하더라. 그래도 시사회에 와서 영화를 보고는 좋아하기에 마음이 편해졌다.
김용화 감독과는 대학 시절 같은 밴드에서 활동했다고 들었다. 그는 어떤 싱어였나. 김용화 감독은 매우 허스키한 목소리를 지녔다. 그런 목소리는 할 수 있는 노래가 특화되어 있는데도, 워낙에 키가 높아서 다양한 노래를 불렀다. 특히 본조비 노래는 눈을 감고 들으면 거의 똑같을 정도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노래방에서 들어보니 예전같지 않더라. (웃음)
계획된 작품이 있나. 지나가듯이 들리는 이야기는 많았다. 하게 된다면 로맨틱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다. 아예 색깔이 다른 영화라면 프로젝트 팀을 만들 생각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감성을 가진 친구들이랑 함께하고 싶다. 가요계가 워낙 불황인데, 그것도 하나의 탈출구라고 본다. 러브홀릭 활동은 앞으로 좀 쉬려고 한다. 올해 앨범을 2장이나 냈고, 공연도 너무 많이 했다. 멤버들 모두 피곤해 하고 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