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수묵화를 거쳐 티셔츠까지
<Cine+MA: Animation @ New Media Art전> 12월5일부터 12월20일까지/ 갤러리 매스/ 02-553-4504
이차원의 캔버스에서 작업하던 미술가들이 19세기 후반 발명된 영화나 영상물에 매료되었던 것은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는 1920년대 들어서야 다다나 초현실주의로 대표되는 아방가르드 작가들에 의해 미술의 영역에 도입되기 시작한다. 미술사적으로 혁명적이었을 이 순간은 <Cine+MA… 전>의 기획의도와 연결된다. 기초적인 표현방식인 ‘드로잉’과 동양의 전통적인 매체인 ‘수묵화’에 움직임을 부여한 김채형, 션 김, 황선숙 등 여섯작가의 작업들이 1920년대 뉴미디어에 관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한 토마스 엘새서의 ‘미디어 고고학’의 개념과 맞닿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시장에서 특별상영하는 ‘1920년대 미술가들의 애니메이션 작업’은 초기 추상애니메이션의 전통을 계승하려는 전시작가의 시도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게이스케 시로타 초대전 <OVERLAP> 12월18일까지/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02-720-5789
기억 보조장치로서의 사진은 인간의 뇌보다 더 믿음직스럽지만, 찰나의 순간에 특정 영역의 이미지만 포착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워질 수 있다. 일본의 젊은 작가 게이스케 시로타는 서울과 도쿄의 풍경 등을 사진으로 찍어 캔버스에 붙이고, 사진의 한정적인 프레임으로 미처 잡아내지 못한, 각 면에 연장되어 존재하는 부분까지 무채색의 회화로 확장시킨다. 사진으로 찍어낸 기억 자체는 어떤 주관도 개입되지 않은 채 이미지화되어 있지만, 덧붙여 그려나간 그림들에서는 인간의 기억에 마땅하게 수반되는 왜곡과 직관이 드러난다. 전시제목처럼 사진과 회화, 컬러와 무채색이 ‘오버랩’되는 작품들이 서울과 일본, 과거와 현재, 기억과 직관의 ‘오버랩’으로 표현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스페인 디자인 교류전 <디자인 올레> 12월24일까지/ 국민대학교 제로원디자인센터/ 02-745-2490
‘안익태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한국 작가 6팀과 스페인 작가 6팀이 ‘소통’이라는 주제를 갖고 그래픽, 건축, 제품, 일러스트, 비디오아트, 사진, 그래피티 등 각종 디자인 작업을 선보인다. 무엇보다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페인 디자인 작업들이 먼저 눈길을 끈다. 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옷이 신체를 자유롭게 혹은 부자연스럽게 지배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담아낸 블랑카 카사스 브루옛의 작품과 스페인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르날 바예스테르의 재기발랄한 작업들이 볼만하다. 스페인 엘리사바 디자인스쿨 학생들이 전시한 티셔츠와 국내 작가인 水[:soo]가 서랍을 늘어놓은 디스플레이와 함께 선보이는 티셔츠를 비교해서 감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알랭 플래셔전> 2007년 1월21일까지/ 성곡미술관/ 02-737-7650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프랑스 미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했던 한·불 120주년 기념행사는 연말까지 어김없이 계속된다. <알랭 플래셔전>도 마찬가지. 사진가로 알려졌지만, 소설과 수필도 쓰면서 수편의 영화 제작, 감독, 각본에도 참여한 전력이 있는 그는 회화, 설치까지 미술 분야에서도 매체를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전방위적 예술작업 방식은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를테면 평범하게 꾸민 실내 공간에 거울, 금속처럼 빛의 존재감을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매우 우아한 고전회화, 영화의 이미지를 함께 설치하여 또 다른 ‘이미지의 공간’을 창조하는 식이다. 매체와 공간을 ‘가지고 노는’ 듯한 알랭 플래셔의 작품세계는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마이클 주 개인전> 2007년 1월28일까지/ 로댕갤러리/ 02-2259-7781
11월11일에 막을 내린 광주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 마이클 주의 작품을 초기작부터 전시한다. 1994년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가 기획한 전시에 작품이 소개되고,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면서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동양과 서양, 한국과 미국이라는 경계 중간에 자리한 그의 정체성은 마이클 주의 작품이 주로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다. 6·25 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전투기 동체에 누드를 그렸던 <몽골로이드 버전(Mongoloid-Version)B-29>와 같은 작업부터 전시장 위에 원을 그리듯 매달린, 배가 갈려 있는 사슴 모형의 설치작업으로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문제를 다루는 <원격 감지>(Remote Sense) 등의 최근작까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