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해곤의 털털한 연기를 좋아한다. 간혹 <파이란> 같은 멋들어진 각본을 쓰기도 하는 그가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선 연출까지 겸했다. 장진영이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날, 뒤늦게 DVD로 <연애…>를 보면서 극장에서 보지 못한 걸 후회했다. 현실의 땅에 발을 붙이고 선 대사는 귀에 착착 감기고, 김승우와 장진영 그리고 조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유쾌해 흡사 바로 이웃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는 것 같다. 두집 연애질에 고달픈 남자와 룸살롱에 나가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내리 두 시간을 따라가게 만들다 가슴 한쪽을 찡 울린 뒤 끝맺는다. 지금 가장 필요한 사람, <연애…>는 그 사람을 놓친 뒤의 슬픔이 배어 있는 영화다. 단, 바른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심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니 <연애…> 출입을 삼가는 게 좋겠다. 감독, 제작자, 촬영감독은 DVD 음성해설을 진행하면서 평소 버릇대로 말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영화의 팬이라면 기꺼이 즐기며 들을 만하다. 메이킹 필름(23분), 조연들의 열연 현장(31분), 연기 준비 및 리허설 현장(19분), 삭제장면(7분), 홍보자료 등의 부록은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미흡한 편이지만 정직한 마음과 투박한 스타일로 연출에 임했다는 감독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