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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한 노스텔지어의 비극적 현실감,

숀 레넌 | <Friendly Fire> | EMI 발매

변화와 성장은 확실히 종이 한장 차이인 게 사실이다. 특히 음악에서는 그것을 누가,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서 말하느냐에 따라 그 맥락이 달라지게 마련인 법. 특히 숀 레넌의 새 앨범 <Friendly Fire>에 대해서라면 하고 싶은 많은 얘기들 중에서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얘기들을 골라내야만 할 것 같다. 그것은 그가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아들이라는 당연한 사실부터 그의 절친한 친구와 애인이 바람을 피웠던 사연 그리고 그 때문에 인연을 끊었던 친구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작곡한 노래들로 앨범을 만들었(고 그래서 앨범 제목이 ‘우발적 총기사고’가 되었)다는 사실까지 포함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전 정보를 제거한 뒤 음반에만 집중한다면 <Friendly Fire>는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로 채워진 음반이 분명하다.

앨범을 지배하는 정서는 노스탤지어다. 첫곡 <Dead Meat>에 등장하는 왈츠 인트로는 오래된 오르골에서 흐르는 멜로디를 연상시키는데다가 브릿지에서는 희미한 휘파람 소리도 등장한다. <Wait For Me>는 뮤지컬의 삽입곡처럼 극적으로 전개되고, 나른한 <Parachute>의 멜로디는 이내 아이러니로 가득한 비극적 멜로디로 전환되기도 한다. 느릿한 댄스곡 형식을 띤 <Spectacle>에는 현악과 코러스(잠깐, 이 목소리는 그의 옛 연인)가 등장하고 <Headlight>에는 3/4박자의 박수소리가 등장하고, T-Rex의 보컬 마크 볼란의 <Would I Be The One>을 리메이크하기도 한다. 퍼즈 톤의 기타 사운드나 적당히 왜곡된 전자음, 리버브되는 보컬마저 어떤 그리움을 전달한다. 게다가 음반과 함께 제작된 DVD에는 숀 레넌이 주인공인 단막극이 수록되어 있는데, 뮤직비디오라기보다는 영화에 가까운 그 작품들은 모두 19세기 영국의 풍속이나 80년대 롤러스케이트장, 혹은 <판타스틱 플래닛>을 빌려온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나 무성영화, 서커스와 탭댄스를 차용한다. 비극적 현실에 대한 환상 혹은 아이러니한 반전의 작품들까지 보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단지 잘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앨범에 대해 말하기 위해 숀 레넌의 개인사를 피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거의 모든 창작물이 그러하듯, <Friendly Fire>가 그의 열망과 바람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 이 멜랑콜리한 인디 팝 사운드와 영화가 반영하는 것은 그 자신의 노스탤지어가 아닐까. 그러니까 노스탤지어가 지배한 것은 앨범이 아니라 숀 레넌 자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으나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거부된 욕망으로부터 깨닫는 비극적 현실감의 정체는 향수가 아니라 후회일 것이다. 그는 어쩌면 사과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는 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는 타이밍을 놓쳤을 뿐인지 모른다. 이 슬프고 아름다운 멜로디는 그래서, 그의 친구에게 바쳐진다. 1975년에 태어나 2005년에 생을 마감한 맥스 리로이(앨범 표지에 인쇄된 이름)에게. 그래서 그들은 모두 자유롭게 되었을까. 앨범을 반복해서 듣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