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갱스터 초치>는 (영국 자본이 들어가긴 했지만) 흔히 보기 힘든 남아프리카공화국영화다. 미국에서 싸구려 시리즈물의 배우로 살아가던 개빈 후드는 태어난 곳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간 뒤부터 자신이 의도한 인간미 넘치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과거 연을 맺은 작품들을 잊고 싶은지 후드는 음성해설에서 “과장되지 않게 진솔하고 현실적인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여러 번 밝힌다. “무명배우와 익숙하지 않는 언어로 영화를 만드는 게 자살행위였고 큰 모험이었으나 영혼을 담는 작업이기에 선택했다”는 그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묻어난다. 아솔 푸가드가 1970년대에 발표한 원작 소설의 배경인 1950년대는 각색 과정에서 현대로 바뀌었으며, 요하네스버그의 흑인거주지역인 소웨토의 사람과 풍경을 CG 사용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주연배우를 포함한 다수의 젊은 배우들을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 중에서 선택한 가운데 감독이 연기를 지도하느라 정작 땀을 뺀 배우는 두 아기였다고. 남녀 쌍둥이여서 상황에 따라 바꿔 기용하는 잔꾀를 피워봤는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초치가 죽는 원작과 다른 결말을 두 가지나 더 준비한 후드는 <갱스터 초치>의 결말을 두고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현재의 것을 선택했는데, DVD 부록에서 다른 결말들을 모두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외 제공되는 삭제장면(8분), 메이킹 필름(14분) 등의 부록을 제치고 꼭 봐야 할 것은 감독의 단편 <가게 주인>(22분)이다. 도둑으로부터 시골의 허름한 가게를 지키려는 주인의 노력이 불러일으킨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한마디 대사없이 그린 수작으로 감독의 저력을 이전에 보여준 작품이다. 사람은 역시 첫인상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