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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처럼 흐르는 구수한 사운드,
박혜명 2006-11-15

“Maybe it’s me, maybe I bore you/ No, no, it’s my fault cause I can’t afford you/ Maybe Baby, Puffy or Jay-Z/ Would all be better for you/ Cause all I can do is love you.” 존 레전드가 지난해 발표한 데뷔앨범 <Get Lifted>에서 첫 번째로 싱글 커트되었던 <Used To Love U>의 가사 일부다. ‘당신한테는 베이비 페이스, 퍼프 대디, 제이-지의 음악이 더 잘 맞을 수도 있겠죠. 내가 능력이 없네요’라는 뜻인데 이 곡의 마지막 구절의 가사는 이렇다. “I bet you miss me now that I/ I don’t love you.”

카니예 웨스트가 전체 프로듀싱을 주관했던 <Get Lifted>는 2006년 그래미 8개 부문 노미네이트(그해 최다)와 3개 부문 수상(최우수 신인상, 최우수 남성 R&B보컬상, 최우수 R&B앨범)의 영광을 안았다. 유려한 피아노 연주실력, 작·편곡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10년에 한번 나올 법한 음색을 가진 1978년생 흑인 뮤지션은, 또래 나이인 카니예 웨스트의 레이블에서 발굴되어 뒤늦게 데뷔전을 치렀지만 미국 대중음악계 평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Get Lifted>는 카니예 웨스트의 대중적인 편곡 터치가 전반적으로 강하게 관여했음에도 불구, ‘왕’인기는 끌지 못했다. 본명 존 스티븐즈인 이 싱어송라이터가 쓴 원곡 자체가 상업적인 호소력을 걸기에 애매한 구석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2년 만에 나온 2집 <Once Again>은 정반대다. 이런저런 사운드를 끌어와 아기자기한 조합을 즐기는 웨스트만의 편곡 색깔은 1집 때보다 덜한 반면 멜로디는 의외다 싶을 만큼 대중적으로 쓰여졌다. 사운드와 보컬의 섹시함이 강조된 미드템포 싱글 <Save Room>과 <PDA>, 웨스트의 취향이 크게 반영된 <Heaven>, 1집의 <Ordinary People>을 떠오르게 하는 그윽한 발라드 <Again>,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블루스 <Show Me>, 올드 션드 사운드의 정수를 들려주는 <Slow Dance> 등 강추 트랙으로 추천할 만한 것도 많아졌다. 젊은 평론가들의 리뷰사이트 ‘스푸트니크’는 별 셋(5개 만점)을 주면서도 아까워하고 있지만, 존 레전드의 음악성은 전자사운드가 총동원되는 요즘 시대에 ‘새롭지 않은’ 사운드만으로 정면승부한다는 점에서 인정할 만하다. 물결처럼 흐르는 피아노 위의 60∼70년대풍의 구수한 사운드. 그건 분명 베이비 페이스, 퍼프 대디, 제이-지에게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