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 근처에 위치한 옛날 금광을 뚫다가 몇 백만년이 된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곧 북핵 생각이 났다. 대만 출신 연구자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3000m 깊이에서 오직 천연 방사능과 반응한 물과 광물에 의해 생산된 무기물을 토대로 최소 300만년에서 최대 2500만년 동안 거의 완전히 폐쇄된 공간에서 살아왔던 세균의 자율적 공동체를 발견했다. 즉, 햇볕을 비롯한 모든 외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해온 생물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생물들은 오래전에 지상 동종미생물로부터 분리되어 극히 한정된 환경에서 자가 영양의 삶을 유지해왔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자기만의 조용한 세상에서 햇빛과 세상의 시끄러움 속으로 옮겨지지 않고 지질학적 조건만 유지되었다면, 미생물들은 무한하게 그 어둠 속에서 살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비유하자면 왠지 우리가 지금 한반도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연상시킨다.
인간에 의해서 핵분열이 발명되었을 때만 해도 두 가지로 과학의 정점을 의미했다. 한편으로는 핵(核), 즉 만물을 이루는 가장 작은 성분을 발견하고 그것을 분열까지 시킨 혁명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근본적인 발명으로 세속화와 계몽을 거쳤던 서양역사 발달 과정의 정점이 되기도 했다. 결국 이전에는 신에 의해서 창조됐다고 한 온 만물은 지금은 한꺼번에 파괴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어 마치 인간이 신을 대신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을 어떻게 보고 평가하는지를 떠나서 분명한 것은 이 발명으로부터 방사되는 위험이다. 즉,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핵과 핵분해로 방출되는 방사능은 위험하지도 않고 오히려 생명을 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 한편,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그리고 악용되고 있는 억지의 핵분열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체르노빌이나 히로시마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예컨대 핵기술의 발명은 과학적으로는 혁명이었고, 윤리적으로 봤을 때와 유신론에 있어서는 유전자 복제기술과 더불어 커다란 도전을 뜻한다. 이 문명적 충돌은 인본원리(anthropic principle)에 대한 논쟁에도 잘 드러난다. 즉, 과학신봉자들에 의하면 4가지의 기본힘(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 있기에 인간, 동물과 식물이 생길 수 있었고, 또 생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안성맞춤의 전제조건과 비로소 자기복제성이 있는 단세포 때문에 진화에 따라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까지 생길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유신론자는 사람이나 동물의 장기 같은 것이 어떻게 설계되었을까, 라고 했을 때 ‘신이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과학신봉자의 입장은 신도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일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런 설명으론 별다른 진전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신은 누가 만들었느냐’는 물음을 통해서 유신론(God hypothesis)의 논리를 해체시킬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단세포의 자기복제성의 발생에 대한 부재한 설명이 과학주의의 인본원리의 논리를 분해시킨다. 즉, 만물의 발생은 어떻게 설명하려고 해도 아직까지는 설명할 수 없는 셈이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통해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의 ‘법’처럼 과학의 ‘법’을 통해서 즉 맹신해서 모든 것들을 설명하고 해결하려는 현재의 세속시대에 대해서 회의적이게 된다. 정통의 신앙과 과학의 전제주의를 극복한 ‘후기세속사회’(하버마스)의 시대가 요구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즉, 절대적이거나 단일의 진리와 이 진리에 전념하는 선의 축이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누가복음 23장 34절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는 신에게 그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 길 없는 우리의 본원은 알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하는 행동을 스스로가 유심(有心)히 알아야만 하지 않을까? 특히 김정일과 조지 W. 부시와 같은 인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