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 히트>는 사반세기 전에 한국에서 개봉됐던 영화다. 필자처럼 변두리 극장에서 누더기가 된 영화를 본 사람에게 <보디 히트>는 그렇고 그런 에로틱 영화로 남았을 게다. 하지만 <보디 히트>는 가장 훌륭한 현대 누아르 중 한편으로 꼽히며, 감독으로 데뷔한 로렌스 캐스단과 영화배우로서 무명에 가까운 시절의 윌리엄 허트와 캐서린 터너가 만든 작은 기적 같은 작품이다. 후끈거리는 열기와 땀의 끈적임, 불안한 심리, 억제되지 못한 욕망. 그 무엇의 힘일까? 다시 본 <보디 히트>는 고전누아르의 어색한 모방이 아닌 배신과 음모에 관한 본질적 기운을 내뿜는다. 나른한 남자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여자와 그녀의 남편과 살인, 유산, 비밀, 열정에 관한 이야기인 <보디 히트>는 부도덕한 인물의 몰락을 관능적인 어둠으로 포장해놓았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사랑없는 세상을 기어코 확인하고야 만다. 한국에서 처음 출시되는 <보디 히트> DVD는 외국의 초판이 아닌 재출시본인 디럭스판이다. 기획·제작·포스트 프로덕션별로 나눠 제작된 다큐멘터리(44분), 범행으로 이끄는 악녀의 유혹을 주로 볼 수 있는 5개의 삭제장면(10분), 두 주연배우의 1981년 당시 인터뷰(13분)를 부록으로 수록했는데, 감독과 배우의 바뀐 얼굴에서 25년의 세월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