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단편영화 마니아.’ 관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려는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의 슬로건이다. 나무, 꽃, 새, 물고기, 건물 등이 어우러진 포스터에서 드러나듯 AISFF는 경계를 뛰어넘는 발칙한 상상력을 반긴다. 올해는 아시아, 유럽, 미주뿐 아니라 키프로스, 루마니아, 보스니아를 비롯해 다양한 태생의 단편을 불러모은 점이 눈에 띈다. 11월9일부터 6일간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상영될 AISFF 개막을 앞두고 한창 바쁜 사람들이 있다. AISFF의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이주연 프로그래머 역시 그중 하나다.
-어떻게 프로그래머 일을 시작하게 됐나. =원래는 외국계 화장품 회사에 다녔다.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틈나는 대로 영화 관련 워크숍에 참여하다가 본격적으로 영화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여러 영화제에서 일했고 그것이 계기가 돼 AISFF의 프로그래머가 됐다.
-AISFF만이 지닌 장점을 몇 가지 꼽아달라. =무엇보다 국내 유일의 국제경쟁 단편영화제다. 작년부터 사전제작지원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제작, 배급, 상영 등 모든 일이 총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 AISFF는 세계 최초의 기내영화제에서 출발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기내상영 프로그램을 따로 뒀지만 기내상영은 단편 배급의 대안적인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콘텐츠적으로는 단편영화의 전세계적인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기에 좋다. 그해 놓치지 말아야 할 전 지구적인 단편영화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영화제라고 할 수 있다.
-영화제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AISFF가 국내 유일의 국제경쟁영화제다 보니 겪는 문제들이 있다. 제3대 국제경쟁영화제로 꼽히는 프랑스의 클레르몽 페랑, 독일의 오버하우젠, 핀란드의 탐페레국제단편영화제의 경우 주변 국가의 참여율이 무척 높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고 거기다 반도라는 지리적 여건이 더해져 국제경쟁작의 수급은 물론 감독 초청까지 쉽지 않다. 항공사 스폰서를 둬도 난관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면 예산, 규모 등을 따져볼 때 한국에선 무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런 여건에서도 AISFF는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6회를 맞은 상파울루국제영화제에는 63개국에서 1300여편의 영화가 출품됐다. AISFF는 이번이 4회째인데도 60개국에서 1천편 정도의 영화가 모였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 콘텐츠의 내실이 있는 영화제로 발돋움했으면 한다.
-프로그래머 일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 =영화제는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축제다. 그런 까닭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가장 크게 와닿는다. 고용이 안정되지 않아 인력들이 돌고 도는 것도 힘든 부분이다. 영화제가 상시운영체제로 바뀌어서 마음 맞는 사람들이 끝까지 함께 일하는 것이 가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