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시간, 성공하고 싶은 두명의 여자, 동화와 쇼비즈니스 세계 사이를 흐르는 <스위트 룸>은 아톰 에고이얀의 야심찬 시도다. 그러나 <스위트 룸>은 알려진 바와 달리 왕년 인기인의 살인미스터리가 아니다. 거기서 멈췄다면 영화는 제목대로 진실이 자리한(lies) 장소이자 진실을 속인(lies) 스위트 룸이란 공간을 맴돌다 끝났을 게다. <스위트 룸>이 에고이얀의 진짜 세계로 들어서는 건 15년 전 사건을 파헤치는 카렌이 15년 전 같은 일을 벌이다 죽은 모린의 집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그때 에고이얀이 천착하는 ‘미궁에 빠진 가족 트라우마’가 문을 연다. 장담하건대 <근친>부터 <스위트 룸>에 이르는 에고이얀의 모든 작품은 가족의 상처·고통·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에고이얀 영화의 등장인물은 언제나 가족 트라우마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간 에고이얀의 가족드라마가 항상 모호한 결말 안에서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게 만들 뿐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스위트 룸>의 결말은 차별화된다. 카렌과 모린을 오버랩해 한 사건에 면한 두 사람(혹은 한 사람)의 두 가지 태도를 보여주는 <스위트 룸>은 진실게임이다. 잘하면 살아남고 잘 못하면 죽는. 결국 카렌은 모린과 반대의 선택을 하는데, 거기서 영화의 두 번째 진실이자 진짜 진실이 존재하는 곳이 밝혀진다. 그녀는 누군가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진실을 묻어두기로 한다. 그러니 진실(truth)이 존재하는(lies) 땅 위를 또 다른 거짓으로 가린다(lies) 해서 이제는 아쉬워하지 않을 때다. 진실을 마주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때로 진실보다 소중한 것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 가족 트라우마는 미로에서 벗어나 그 무게를 덜어낸다. <스위트 룸>은 걸작 <달콤한 내세>의 주제를 반복한 의미있는 드라마다. 여전히 젊은 청년 같은 에고이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이킹 필름’(6분), 비밀 열쇠 몇 가지를 쥐어주는 삭제장면(11분)이 부록으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