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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첫 공개 된 <타짜> (+전문가 100자평)
이영진 2006-09-19

허영만, 김세영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최동훈 감독의 <타짜>가 9월18일 서울 용산 CGV에서 공개됐다. 1997년 7월부터 4년 동안 <스포츠 조선>에 연재되며 100만 이상의 페이지 뷰를 기록했던 원작에 대한 기대감에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전문도박사 ‘타짜’를 연기하기 위해 뭉쳤다는 점에서 <타짜>는 촬영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에 이어 범죄영화의 틀을 빌어와 승부에 사로잡힌 인간의 욕망을 추적하는 최동훈 감독의 두번째 영화 <타짜>는 원작과 달리 어떤 빛깔을 지니고 태어났을까.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까짓 거 악셀 한번 밟아봐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인생도 예술로 한번 살아보고” 한때 평범하게 가구공장에서 일하던 고니(조승우)였지만, 이젠 전설의 타짜 평경장(백윤식)에게 사사받은 손기술 좋은 노름꾼이 되어 있다. 노름판에서 홀라당 까먹은 누나의 이혼 위자료를 되찾고, 자신의 삶을 어그러뜨린 박무석 일당에게 복수하는데도 성공하지만, 고니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더이상 노름에 손대지 말라는 평경장의 경고 대신 고니는 고광렬(유해진)과 함께 정마담(김혜수)을 따라 목숨까지 내걸고 화투패를 쪼며 인생을 태우는 타짜들의 세계에 들어선다.

역동적인 촬영, 세련된 편집 등은 여전하지만 <타짜>는 전작 <범죄의 재구성>의 꼬인 플롯에 비하면 평탄하다. 타짜로 거듭나는 고니에게 전반부를 할애하는 영화는 평경장의 죽음 이후에는 고니와 “화투판의 꽃”이자 “설계자”로 불리는 정마담과 인정사정 없는 무지막지한 타짜 아귀의 대결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타짜>는 원작의 장점을 내버리지 않는다. 내러티브 대신 캐릭터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닮았다. 1장 ‘낯선 자를 조심해라’를 시작으로 박무석, 평경장, 정마담, 고광렬, 곽철용 등 고니의 삶에 계기가 되고 자극이 되고 발판이 되고 덫이 되는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흥미를 자아낸다.

단, <타짜>의 중반 이후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매력적인 타짜들의 세계를 보여주는데 있어 영화는 상당한 공을 들이지만, 타짜들의 욕망이 어떻게 엇갈리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대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설명이 적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있으나 이입할 수 없다고 해야 할까. 이를테면 애증으로 한데 묶인 정마담과 고니의 관계는 관객들에겐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원작이나 시나리오를 접하지 못한 이들은 타짜들의 속셈이 다소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지적이 <타짜>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되진 않는다. “1970년대 할리우드 범죄영화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타짜>는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범죄의 재구성>에 반한 이들이라면, <타짜>를 기대해도 좋다.

<타짜> 전문가 100자평

그들은 왜 도박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일까. '반사회적 인물'의 세계를 파헤치고 있는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에 이어 <타짜>에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추하면서도, 매혹적인 것인지를 보여준다. 고니, 정마담, 아귀 등 인상적인 캐릭터와 도박의 세계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정교한 묘사 그리고 재치있는 유머와 풍자를 탁월하게 버무려놓은 오락영화다. 덤으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성찰까지.-김봉석/영화평론가

거의 전범이 없는 한국식 사기영화의 틀을 구축했던 <범죄의 재구성> 이 그러했듯, <타짜> 역시 할리우드나 홍콩 영화의 관습을 따르지 않는 한국식 도박영화의 틀을 구축하였다. 단지'포커가 아닌 화투'라는 뜻이 아니다. 이땅의 실제 타짜들의 세계를 성실하게 취재하여 재현한 인물과 장면들이 주는 현실감은 영화를 <정전자> 가 아닌, <수사반장> 의 채취가 풍기도록 한다. 주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천재 도박사가 이기는 과정을 럭셔리하게 담아내며 통쾌함을 주는 게 아니라, 허망한 욕망을 쫓는 한 청년이 속고 속이는 척박한 밀림에서 사투를 벌여나가는 통렬함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승우는 <하류인생>의 삶을 다시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기와 연출 모두 나무랄데가 없고, 조금은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의 활력과 긴장도 적절하다.

덤으로 '왜 도박판에 발을 들여놓으면 인생을 망친다고 하는 걸까?' '왜 도박은 범죄이며 또 없어지지 않는 걸까?' 하는 순진한 질문들에 어느 정도의 답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얻은 답들. 첫째, 도박은 '노동 가치설'을 전면으로 부인한다. 아담 스미스와 칼 막스의 전제를 부인하는 도박은 진정한 아나키의 장이다. 그들은 다시는 '노동 가치설'이 지배하는 '체제'에 귀속될 수 없다. 둘째, 그러나 노동가치설은 어디까지나 '썰'일 뿐이다. M(화폐)-C(상품)-M(화폐)가 아닌 M-M'으로, 즉 화폐(교환가치)가 아무런 상품(사용가치)도 매개하지 않고 증식하는 순수 기표들의 세계는 자본주의의 바깥이 아닌 자본주의의 정점에 존재한다. (최고수 타짜가 부자가 아닌 이유는 부동산 투기를 잘못해서 이고, 호구들은 부동산으로 졸부가 된 자들이다.) 따라서 도박은 자본주의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천기를 누설하기 때문에 범죄이고, 그들은 자본주의의 아나키스트가 아니라 라디칼리스트(전위당)로서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여러가지로 유익한 영화이다.-황진미/영화평론가

감독의 장르적 세공력, 배우들의 본래 기질로 새로 주조한 배역의 조합, 도입부의 빠른 편집, 대범한 촬영 등이 고루 빛난다. 애들은 가라. 어른용 장르오락물이란 이런 것이다. -<중앙일보> 영화담당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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