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You)은 동영상을 자유롭게 퍼나르는 튜브(Tube)입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가 인터넷 멀티미디어 세상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동영상을 올리고 또 자신의 공간에 마음대로 퍼갈 수 있는 유튜브는 2005년 12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전세계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일 방문자만 1천만명, 1일 페이지 뷰(Page View)가 1억회에 1일 재생 횟수는 4천만회에 육박하고 있으니, 가히 세계적인 규모로 거행되는 디지털 세대의 놀이터라고 일컬을 만하다. 도대체 유튜브는 무엇이며 누구의 손에 탄생했는가. 또한 유튜브는 자본으로 점철된 인터넷 사회을 어떻게 동영상의 자유로운 공유 공동체로 재편하고 있는가. 유튜브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예상해본다. 판도라TV, 엠군, 다모임 등 토종 동영상 공유 사이트들이 인터넷 멀티미디어 세계의 변화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도 알아보았다.
K는 지인의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동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네 남자가 록음악에 맞춰 포복절도할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였다. 이거 재미나는걸? K는 동영상 화면을 클릭해 유튜브(www.youtube.com)로 접속했고, 동영상의 주소를 복사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K의 블로그를 방문한 또 다른 블로거들이 같은 방식으로 비디오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라이선스 앨범 한장 나오지 않은 록밴드 ‘OK GO’는 삽시간에 국내 포털의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시카고의 4인조 록밴드 ‘OK GO’는 근사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난한 인디 밴드에 그만한 홍보비가 있을 리 만무했다. ‘OK GO’는 자신들이 직접 짠 안무를 바탕으로 원신 원컷의 초저예산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몇주 지나지 않아 뮤직비디오는 전세계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퍼져나갔고, 서울에 거주하는 K의 블로그에 뮤직비디오가 올라오기까지는 한달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국제적 유튜브 스타의 탄생이었다.
당신이 올리고 당신이 가져가라. 그건 아마도 인터넷을 창조한 이들이 꿈꾸었던 히피적 세계 공동체의 철학서에 나오는 문구였을 것이다. 거대 기업들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작금의 인터넷 세계에서 이같은 공동체의 철학은 덧없는 장자의 꿈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유튜브에 들어서는 순간 낡은 철학서의 모토는 현실이 된다. 일반인들이 디지털카메라 등을 이용해 만들어낸 동영상 UCC(User Created Contents)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유튜브는 인터넷의 새로운 빅뱅이다. 그곳에서 모든 것은 자유다. 이용자는 10분을 넘기지 않는 한 어떤 형태의 동영상이든 업로드할 수 있고, 모든 종류의 동영상을 자신의 사이트와 블로그, 게시판 등으로 가져갈 수 있다. 2005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유튜브는 이처럼 자유로운 조작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내 무시무시한 숫자의 인터넷 이용자들을 끌어들였다. 1일 방문자 1천만명. 1일 페이지 뷰(Page View) 1억회. 1일 재생 횟수 4천만회. 유튜브에는 하루 평균 6만5천편의 새로운 동영상이 끊임없이 업로드되고 있으며, 동영상 수는 미국 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동영상의 60%에 달한다. 이만하면 독점이고 과점이다. 하지만 유튜브는 무료이며, 현재까지는 특정한 대기업의 수익사업에도 연계되어 있지 않은 ‘벤처’라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심리적 저항은 극도로 적다. 빌 게이츠가 가슴을 치며 두통을 호소할 일이다.
유튜브에는 한국인 이용자들이 올린 동영상도 적지 않다. 이준기로 검색하면 500여개의 동영상이 나온다
유튜브를 만든 것은 20대의 두 젊은이들이다. 페이팔(www.paypal.com)이라는 온라인 결제사이트에서 일하던 스티브 첸(27)과 채드 헐리(29)는 순전히 파티에서 찍은 홈비디오를 친구들과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를 고안해냈다. 누구에게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디카로 만든 동영상을 자신의 사이트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서버를 증축해야만 하고, 메신저로 친구들에게 보내자니 용량이 지나치게 커서 곤란했던 경험들. 게다가 기껏 올려봐야 웹상의 재생용 미디어 소프트웨어는 치명적인 한계들을 잔뜩 짊어지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CD로 구워서 직접 건네는 편을 택했을 테지만 첸과 헐리는 실리콘밸리의 게으른 천재들이었다. 둘은 2004년 11월에 세쿼이어 캐피탈이라는 IT회사로부터 350만달러를 끌어와 유튜브 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디카 등 다양한 촬영기기의 발전에 힘입어 휴화산 속 용암처럼 부글거리고 있었고, 유튜브는 그들의 욕망을 일시에 분출시켰다.
동영상과 함께 놀다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은 간결함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동영상 포맷인 avi, mov, mpg로 된 파일을 모두 업로드할 수 있고, 업로드된 파일은 유튜브에서 저절로 플래시(Flash) 포맷으로 변환된다. 플래시 포맷으로 변환된 파일은 별도의 재생 프로그램 없이도 웹상에서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하다(안녕, 짜증스러운 윈도즈 미디어 플레이어! 안녕, 느려터진 퀵타임 플레이어!). 그렇게 변환되어 업로드된 동영상의 주소와 HTML은 복사해갈 수 있도록 공개되며, 키워드를 이용한 동영상 검색 또한 가능하다. 이토록 간결한 방식으로 동영상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유튜브는 영상 세대를 위한 놀이터다. 밤새도록 키워드를 넣어가며 수억편의 동영상 바다를 헤엄칠 수 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로이가 죽어가며 절규하던 마지막 대사를 찾을 수도 있고, <로쉬포르의 숙녀들>에서 진 켈리가 우아하게 춤추는 장면을 찾을 수도 있으며, 기타노 다케시가 진행하는 몰래카메라를 보며 배꼽을 잡을 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동영상들은 저작권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유튜브는 다운로드가 될 수 없는 플래시의 형태로 모든 동영상을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하며, 동영상의 저작권자가 영상의 삭제를 요구하면 즉시 사이트에서 내린다. 심각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방식이 애초에 아닌 셈이다.
유튜브는 다양한 토종 UCC 공유사이트들이 버티고 있는 한국(박스 참조)에서도 지존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영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사용법이 대단히 간편한데다 전세계에서 업로드된 광대한 자료량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사이트를 극도로 기피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일본에서도 매달 200만명이 유튜브를 사용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올해 초 지인의 블로그를 통해 유튜브를 알게 된 서강대 영상대학원 M씨는 “시간이 나는 대로 유튜브를 틀어놓고 산다. 모두 합하면 하루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블로거(Blogger: 블로그 이용자)들과 마찬가지로 유튜브에서 가져온 뮤직비디오나 광고 영상물, 라이브 공연 실황, 외국 방송 프로그램 클립 등을 종종 블로그에 올린다. M씨가 지적하는 유튜브의 장점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방대한 자료들이다. “한국에서 빨리 접할 수 없는 최신 영상물과 음악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유튜브는 나처럼 시간이 부족해 MTV를 비롯한 케이블 방송을 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손쉽고 빨리 최신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유익한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다. 그리고 일반 매체가 정해놓은 일방적인 방송순서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선별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과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텔레비전 인터뷰라든지 외국 방송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영상의 공유를 일종의 생활로 여기는 그에게 “쉽게 블로그에도 포스팅할 수 있다”는 희열을 빼놓을 수는 없다.
실질적 수익모델 창출이 관건
유튜브에 주목하는 것은 평범한 인터넷 이용자들뿐만이 아니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미국 TV계의 새로운 트렌드는 ‘사용자들이 직접 차기 히트쇼를 예견하도록 만들자!’가 되었다. 카툰네트워크의 심야 프로그램 중 하나인 <Saved By The Bell>은 동시간 방영되는 MTV와 폭스채널의 TV쇼를 물리치고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쇼의 창조자도 이해하지 못했던 이 같은 인기는 모두 유튜브 덕이다. 유튜브에 공개된 짧은 동영상의 인기가 곧바로 TV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대중의 반응을 시험한 <NBC>의 <Nobody’s Watching>의 제작자 빌 로렌스는 UCC 동영상 공유사이트가 지금 미국 TV계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다. “만약 공중파나 케이블 TV가 인터넷을 프로그램의 런칭과 테스트 장소로 끌어안지 않는다면, 그들은 결국 실패하고 뒤처지게 될 것이다.” 음반회사들이 새로 나온 뮤직비디오, 나이키가 아마추어들이 찍은 듯한 축구 스타들의 동영상을 슬그머니 유튜브에 올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유튜브 사용자들은 하루에 1억편의 동영상을 찾아보는 영상 감식가들이다. 엄청난 광고시장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가 실질적인 수익모델로서의 미래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IT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한다. 유튜브를 갑자기 유료사이트로 전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인터넷 다운로드 사이트 냅스터(www.napster.com)는 탄생 초에 유튜브처럼 거대한 미디어 현상을 불러일으켰지만, 저작권 문제 등에 부딪혀 유료로 전환되는 순간 생명을 다했다. 물론 유튜브 역시 현재 한국의 동영상 UCC 공유사이트들이 일찌감치 시작한 방식을 따라 동영상 광고를 수익원으로 삼을 수도 있다. 문제는 유튜브처럼 자유로운 공동체의 공유정신으로 시작된 사이트의 이용자들은 동영상 광고에 대한 저항감이 크다는 사실이다. 유튜브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유튜브의 줄리 수판은 “광고주들이 유튜브로부터 어떤 가치를 창출하느냐보다 이용자들이 광고로부터 어떤 가치를 얻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제대로 해내고 싶다”고 고뇌를 토로한다.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것은 유튜브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에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해법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하지만 유튜브는 이미 생존 해법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 지난 8월17일 유튜브는 뮤직비디오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사용자들은 한푼의 사용료도 지불하지 않고 막대한 양의 뮤직비디오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된다. 유튜브는 사용료를 받지 않는 대신 광고에서 모든 수익을 낼 계획이며, 현재 워너뮤직이나 EMI 같은 음반사들과 서비스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야심만만한 도전이다. 아이튠즈(iTunes)를 통한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는 젊은 유튜브의 도전 앞에서 늙고 영악한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