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원피스를 입은 한지민(24·사진) 뒤로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어깨들’ 28명이 몰려온다. 큰일이 벌어질 듯 긴박한 상황이다. 예상과 달리 검은 무리 속에 있던 문정혁이 한지민에게 장미꽃을 주고 지나간다. 카메라가 멀어지는 문정혁을 바라보는 한지민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컷’.
지난 17일 오후 에스비에스 일산제작센터의 야외. 9월6일 첫 방송이 나가는 에스비에스 드라마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용석 연출, 이선미·김기호 극본) 첫 촬영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이날 촬영분은 첩보와 멜로물 성격만 암시해주는 ‘맛보기용’ 예고편이다. 이곳에서 문정혁의 동료 정보요원이자 연인 공주연 역의 한지민을 만났다.
“에릭씨는 〈늑대〉에서 호흡을 맞춰 편했어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지민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공주연은 모범생이고, 단추를 끝까지 잠그는 단정한 스타일이죠. 정보요원으로서 자부심이 강하고 맡은 일을 당차게 해내요.”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는 건 이제 그의 몫이다. “고등학교 동창인 최강을 첩보원이 된 뒤 다시 만났을 때 냉랭하게 대합니다. 그런데 고교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최강이 자신을 위해 싸움을 하다 무기정학을 당하자 막 울어요. 그 눈물의 의미가 복잡 미묘하죠.” 전편 〈신입사원〉의 여주인공 이미옥(한가인)이 첫사랑의 배신 때문에 죽으려고 한강에 뛰어들 정도로 감성적이었다면, 〈무적의 낙하산 요원〉의 공주연은 최강을 좋아하는 감정을 애써 절제하는 이성적인 인물이다. 그는 극 초반에 첩보요원 신분을 속이고 술집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귀띔했다. “청순한 소녀 이미지를 깨고 야한 옷도 입고 진하게 화장도 합니다.” 2003년 〈올인〉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출연한 그는 〈대장금〉 〈부활〉 〈위대한 유산〉에서 유리처럼 여린 모습을 보여줘 왔으니 연기 변신인 셈이다. “파격적인 연기 변신보다는 그렇게 조금씩 제 안에 숨겨진 새로운 얼굴을 드러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