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던 정치 드라마 <커맨더 인 치프>가 한국방송과 채널 씨지브이에서 나란히 선보인다. <웨스트 윙> <24시> 등 그동안 대통령과 백악관을 소재로 한 외화시리즈는 많았지만 여성 대통령을 다룬 드라마는 처음이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은 <위기의 주부들> 후속으로 13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1시 25분부터 연속 2편을, 채널 씨지브이에서는 30일부터 매주 수, 목요일 밤 8시 40분에 방영한다.
19부작인 <커맨더 인 치프>는 부통령인 매켄지 앨런(지나 데이비스)이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하면서 시작된다. 매켄지는 공화당 하원의원 네이던(도널드 서덜랜드)의 모략과 위협에 맞서 싸우는 한편, 첫 여성 대통령을 맞은 백악관의 남성우월주의자들의 편견들도 이겨내야 한다. 대통령을 수락하고 외회에서 첫 연설을 하는 앨런이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겸손해질 것이다”면서 “가장 강대한 나라의 책임은 세계에 봉사하는 것이지 지배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드라마는 국제문제에 관한 한 미국 민주당의 입장을 상당부분 참고한 듯 하다. 다른 나라 국민들을 대량살상해서라도 강한 미국을 증명하려 했던 미국의 오만한 태도를 비웃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권과 평화를 위해 타국의 정치에 상당부분 개입해야 하는 현실도 바탕에 깔고 있다. 여성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결하는 일이 이슬람 율법에 의해 혹독하게 처형될 뻔한 나이지리아 여성을 구하는 일, 곧 국제 여성인권 문제해결이라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북한과의 핵 전쟁 일보직전의 위기에서 미국달러의 힘과 정치적 압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몇 개의 이슬람 국가가 여자 말을 듣겠냐’며 여성 대통령에 반대하는 네이던의 모략이 더해질 수록 대통령의 강한 카리스마와 의지는 더욱 강조된다. 소재는 현실적이지만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경향은 다른 미국 드라마,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합중국의 최고 통수권자이자 총사령관을 뜻하는 말인 ‘커맨더 인 치프’를 제목으로 딴 드라마는 미국 에이비씨 채널에서 2005년 9월부터 방송되면서 높은 시청률과 함께 미 정치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2008년 대선 후보로 주목받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는 음모설이 더해진 탓이다. 정열적이고 굳은 의지를 가진 여주인공을 연기한 지나데이비스는 이 작품으로 63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