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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요한 반 데르 코이켄 작품집 Vol. 1, 2>
ibuti 2006-08-07

세계를 순례하는 다큐 감독의 통찰

요한 반 데르 코이켄이 요리스 이벤스의 얼굴을 연속으로 찍은 사진이 있다. 처음엔 인상을 쓰던 이벤스도 마지막 여섯 번째 사진에 이르면 결국 코이켄이 의도했을 웃음을 짓는다. 그는 그렇듯 대상을 조용히 관찰만 하는 작가는 아니었다. 원하는 영상을 위해 인물이 같은 행동을 수차례 반복하길 요구하던 그는 여느 다큐멘터리 작가와 달랐다. 스토리의 전개보다 이미지의 기록과 배열에 강한 그의 작품은 관객의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코이켄이 같은 네델란드 출신의 선배 다큐멘터리 작가 이벤스 곁으로 떠난 지 5년이 된 올해, 그가 생의 마지막에 준비하던 DVD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두개의 박스에 담긴 <요한 반 데르 코이켄 작품집>은 주로 1980년대 이후 작품들로 구성됐다. <침묵의 순간>과 <뷰티>를 뺀 나머지 초기 작품을 감상할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그건 배부른 자의 욕심이다. 박스 세트의 첫 작품으로 선택된 <돈을 사랑해>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그의 관심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뉴욕, 홍콩, 암스테르담, 제네바에서 돈과 경제를 주무르는 자들에 못지않게 밑바닥의 삶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들의 목소리를 빌려 정치·경제적 문제를 짚어보는 그는 삶의 공허와 외로움을 달래주는 게 과연 무엇인지 묻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세계를 순례하는 여행영화 감독으로서 명성을 쌓던 그가 그간 몸담아온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세계를 향한 창을 읽어낸 <암스테르담 지구촌>과 <도생 사진관>은 작품집의 백미다. 거리의 부랑자부터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까지, 문화, 인종, 계급으로 분리된 채 국제도시 암스테르담에 사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생활을 찍은 <암스테르담 지구촌>은 아방가르드와 다큐멘터리, 정치와 예술, 시적 순간과 적나라한 현실, 명석함과 순진함을 양손의 무기로 다루는 코이켄 작품세계의 결정체로 불릴 만하다. <암스테르담 지구촌>의 축소판인 <도생 사진관>은 다인종으로 구성된 이웃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중국인 이도생과 부인을 통해, 사진작가로서의 코이켄이 자신과 부인이자 동료인 노시카 반 데르 렐리의 모습을 되돌아본 뜻깊은 작품이다. 코이켄은 자기 작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물이며, 물은 다른 모든 요소를 묶어준다고 했다. 그 자신도 암스테르담 운하를 흐르는 물처럼 삶의 여정에서 만난 인간과 도시를 묶어내곤 했으니, 그것은 힘을 바탕으로 한 착취가 아닌 작가의 지적 호기심의 확장으로서의 세계화를 의미하는 작업이었다. 박스 세트의 부록으로는 티에리 누엘의 다큐멘터리 <요한 반 데르 코이켄>과 ‘인터뷰’, 해설책자가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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