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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돌아와요 순애씨>서 망가진 박진희
허윤희(한겨레 기자) 사진 정용일 2006-08-03

이보다 더 아줌마스러울 순 없다!

“내숭 떨지 않는 모습에 아줌마 팬들이 늘었어요.”

〈그대를 알고부터〉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박진희(28)가 달라진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에스비에스 〈돌아와요 순애씨〉(극본 최순식·연출 한정환, 수·목 밤 9시55분)에서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함께 출연하는 심혜진을 능가하는 코믹 연기를 펼쳐 보인다. 극중 심혜진의 머리채를 잡고 “이년아! 내 몸 내놓으라”며 고래고래 소리치고, 찜질방에서 촌스러운 관광버스 춤을 추며 망가지는 아줌마 연기가 더없이 자연스럽다.

지난 7월26일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촬영장에서 만난 박진희는 실제 모습도 새침한 초은보다는 꾸밈없고 소탈한 순애 쪽에 가깝다. (드라마에선 순애의 영혼이 초은의 몸으로 빙의된다.) “평소에도 아줌마 같다고 해요. 매니저가 말릴 정도로 안 해도 될 이야기까지 하고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눈치 안 보고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기도 한다.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 거기에 맞는 거짓 멘트를 날리느니 차라리 출연을 안 하는 게 낫죠. 그런 걸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려요.” 이렇게 인터뷰 내내 솔직 화법을 구사한다.

〈돌아와요 순애씨〉로 박진희는 20%대 시청률과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 그는 “새침한 여배우 이미지를 깨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더 웃기나 봐요”라고 분석했다. “웃기면서도 아줌마의 비애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부인 순애와 애인 초은의 영혼이 뒤바뀐 줄 모르는 윤일석(윤다훈)이 가짜 초은에게 “이혼하고 오겠다”고 하자,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화장실에서 자기 뺨을 때리며 서럽게 우는 장면이 공감을 얻었나 봐요”라고 덧붙였다. 그 덕분에 벌써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가 10편 이상 들어왔다고 한다. 요즘은 “코믹 연기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고민에 빠져 있다. 자칫 너무 유치하거나 작위적이지 않을까 걱정이란다. “비행기 안에서 첫사랑 현우(이재황)에게 닭과 생선 중 어떤 것을 먹을 거냐며 ‘치킨 오아 피시’ 하고 어색한 발음의 영어로 물어보는 장면이 있어요. 유치하거나 억지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어요.”

그는 왕년엔 하이틴 스타였다. 1997년 청소년 드라마 〈스타트〉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그 다음해 〈여고괴담〉의 소영 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처음 연기할 땐 대본이 까맣게 될 정도로 대사를 달달 외우기만 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그 캐릭터에 묻히려고 애씁니다. 그 배역의 눈으로 모든 것을 생각해요.” 올해로 데뷔 10년차, 세월만큼 성장했다. 영화 〈별〉을 끝내고 보낸 1년6개월의 휴식도 한몫했다. “유럽 배낭 여행을 하며 ‘내가 모르는 세상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세상을 보는 눈이 더 깊고 넓어졌습니다.”

반듯하고 깨끗한 이미지는 데뷔 시절처럼 한결같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연예계에서 스캔들이나 불미스러운 소문에 휩싸이지도 않았다. 그만큼 자기 관리를 잘한다. “좋은 삶을 사는 배우가 목표입니다. 안성기 선배님처럼요. 사생활이 문란하지 않고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지 연기에도 진정성이 배어나오죠.” 9월이면 연세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배울 예정이다. 그렇게 배우 박진희는 일과 일상의 조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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