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이 9월 16일부터 방영할 대하사극 〈대조영〉(극본 장영철, 연출 김종선·윤성식)의 초반 내용을 공개하면서 문화방송의 〈주몽〉, 서울방송의 〈연개소문〉과 더불어 방송3사의 ‘고구려 전쟁’이 본격적으로 불붙는다. 드라마를 통한 역사해석의 ‘과잉’여부에 대한 논쟁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소설가 유현종씨의 동명소설 〈대조영〉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쓴 장영철 작가는 “요동성 전투와 안시성 전투장면으로 시작해 고당전쟁으로 초반 6회를 끌어가게 된다”고 밝혀 얼마 전 안시성 전투 장면으로 드라마를 시작한 에스비에스 〈연개소문〉과는 어떤 차별성을 보일지 등을 포함해 비슷한 주제의식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주목된다. 장 작가는 “〈주몽〉같은 신화적 요소는 사전에 배제하고, 역사논란을 불러일으킨 〈연개소문〉같은 작가의 상상력 등은 최대한 절제하겠다”고 말했다. 〈왕과 비〉 〈태조 왕건〉에 이어 또다시 대하사극을 이끌 김종선 피디는 “시청자들이 역사라고 믿고 보게 되는 대하드라마인 만큼 각종 책과 논문, 〈KBS 역사스페셜〉에서 다룬 자료들을 바탕으로 고증에 충실해 만들고, 사실감을 살려 재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족적 주제의식이라는 점에서는 〈연개소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을 암시하는 대목도 있다. 장 작가는 “1차 고당전쟁에서 대조영의 출생과 성장을, 2차 고당전쟁에서 대조영의 본격적인 등장을 그리는 등 영웅의 일대기를 역사적인 전쟁과 엮어나갈 것”이라며 “우리 민족이 가장 위태했던 시절에서 시작해 가장 위대했던 해동성국 시절로 달려간다”고 설명했다. 김 피디는 “동북공정이 제작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중국은 발해를 북국, 고구려 족속들이라고 낮추어왔지만, 발해가 당나라에게 맞서 승리했던 고구려의 맥을 이었다는 사실을 들춰 역사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겠다”고 말했다.
총 100부작 중 이미 18회까지 집필을 마쳤다는 장 작가는 “대조영이 연개소문의 하인으로 자라다가 주목받는 젊은 전쟁영웅으로 등장한다고 설정했지만, 배경 사건은 사료를 충실히 따랐고, 드라마를 위해 있는 역사를 훼손하거나 왜곡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사극이 영웅주의에 경도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제작진은 “대조영을 위해 다른 영웅들의 비중을 축소하는 일은 없다”고 못을 박는다. 김 피디는 “최강대국 당나라를 무찌를 만큼 위협적이었던 고구려가 어떻게 망해가고, 국가 위기적 상황에서 태어난 인물이 어떻게 나라를 이끌게 되는지를 보여주면서 극이 끝났을 때에야 대조영이 영웅이었구나 깨닫게 되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