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하루에 접하는 문자의 양은 얼마나 될까? 눈뜬 뒤 접하는 문자는 신문에서 이메일, 각종 보고서, 간판홍보물 등에 이르기까지 하루 일과를 모두 차지한다. 특히 컴퓨터 사용과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문자 사용은 점차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현대인은 문자의 노예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자는 자칫 생각을 가둬놓는 인위적인 틀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림이나 음악이 문자보다 더 큰 감흥과 여운을 전하는지 모른다. 그러면 문자와 그림이 만나면 어떨까?
이번 전시 <꽃글씨, 오늘을 그리다>의 주제도 ‘문자’다. 전통적인 문자의 개념을 현대적 조형미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출발한다. 기록과 소통의 기본적인 수단인 문자를 그림 형식으로 풀어낸 예는 한자문화권이 유일하다. 흔히 ‘문자도’ 혹은 ‘꽃글씨’라 하여 우리나라 역시 글씨의 자획에 숨은 독특한 조형성을 고사나 설화적 의미로 풀어낸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삼강오륜, 수복강령, 기복염원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내용들이 주요 소재로 다뤄졌다.
다양한 장르의 미술가들이 풀어낸 현대판 문자도, 삶의 언저리에서 장식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교육적인 면까지 포용하고 있다. 여기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감각의 위트가 더해진다. 바로 이런 점들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 눈길을 가게 하는 매력이다.
초대작가는 고강철, 구세진, 김민수, 서희화, 윤귀희, 홍주희, 이지혜, 황윤정 등 여덟명으로, 최근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20, 30대의 젊고 유망한 작가들이 포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