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기 티브이 시리즈 〈위기의 주부들〉의 한국판이라는 소문으로 관심을 끌었던 문화방송 주말극 〈발칙한 여자들〉이 뚜껑을 열었다. 26일 문화방송경영센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이승렬 피디는 “〈위기의 주부들〉 한국판보다는 14년 전 최수종, 최진실이 주연했던 〈질투〉의 주부판에 가깝다”고 했다.
제작진은 “한국의 가족·남녀관계의 유형을 담다보니 미국의 〈위기의 주부들〉과는 달라도 한참 달라졌다”며 “한국 가족이 부닥치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 안배에 가장 고심했다”고 했다. 〈위기의 주부들〉처럼 이 드라마도 4명의 여자들이 주인공이다. 전남편(정웅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미국에서 돌아온 미주(유호정)의 비중이 가장 크고, 유부남을 가로채 결혼해놓고 남편의 선배와도 몰래 만나는 은영(임지은), 흠잡을 데 없는 전업주부이면서 도벽에 알코올중독까지 있는 상미(사강), 작업의 달인 다림(오주은) 등이 함께 30대 기혼여성의 현실적인 문제를 대변한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30대 여자를 그린 드라마가 대세다. 유행을 넘어 관습적인 장르로 굳어가는 인상이다. 그런데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가 입양, 혼외정사, 마약중독 등 폭넓게 소재를 가져가면서 30대 여자의 현실을 신랄하게 그리는 반면 한국의 30대 여자 드라마의 소재는 불륜과 부부 갈등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해왔다. 〈발칙한 여자들〉도 이런 점에서 크게 자유롭지는 못하며, 주인공 여자들의 직업이 치과의사, 병원장, 전업주부, 백수라는 점에서 이들이 ‘30대 여자를 대표하는 캐릭터’인지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피디는 “똑같이 가정의 소중함을 말한다고 해도 결국 연출, 화면구성에 따라 전혀 다른 드라마가 된다”며 “주부들의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신선한 방식으로 구성했다”고 자신했다. 이 피디가 선보여왔던 감각적인 연출력과 함께 유호정, 임지은, 사강 등 연기 경력부터 변화무쌍했던 여배우들도 자산이 될 것이다. 극에서 “선배는 권태기 때 잠깐 바람피는 상대였을 뿐”이라며 돌아서는 임지은은 악역인데도 통쾌한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며, 가정부 노릇이 천직인 양 굴면서도 사강은 굴욕적이지 않다.
〈카이스트〉 〈대망〉을 집필한 문희정 작가가 극본을 맡은 〈발칙한 여자들〉은 29일 밤 9시40분에 첫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