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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브뉘엘의 저주받은 걸작, <비리디아나>
이교동 2006-07-31

환갑을 눈앞에 둔 초로의 감독이 20여년 만에 독재 치하의 조국에서 작품을 만들겠노라고 한다. 철권의 독재자는 체제의 우위를 알릴 호기라 보고, 각본의 사전검열을 조건으로 흔쾌히 허락한다. 평론가들은 망명 생활에 지친 감독의 고집이 꺾이는 순간이라 한탄을 했고, 작품에 대해 아무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1961년 칸영화제 마지막날, 아무도 보지 못했던 작품이 첫 상영되고 그 충격적인 이야기와 영상은 사람들을 찬사와 동시에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감독은 가뿐히 황금종려상을 가지고 돌아갔고, 바티칸 사제와 각국의 검열관들은 신성모독 혐의에 분노를 표출했으며,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독재자는 작품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파괴하라 지시하였다.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영화 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꼽히는, 초현실주의 감독 루이스 브뉘엘과 그의 작품 <비리디아나>에 관한 것이다. 종교적 구원을 바라는 견습수녀 비리디아나가 예기치 않게 환속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인간 심연의 뒤틀린 욕망과 억죄는 강박, 계급과 사회적 관습, 그리고 종교적 선행과 구원의 딜레마를 통해 서구의 전통적인 기독교적 신앙과 윤리를 통렬히 공격한 이 작품은 특히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거지들의 만찬으로 패러디한 장면 등이 신성모독의 혐의를 받게 되면서 지금까지도 상영이 자유롭지 못한 저주받은 걸작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브뉘엘의 초현실주의가 유럽으로 귀환했음을 알리는 작품으로도 영화사에 이름을 남긴다. 크라이테리언 DVD는 그간 열악한 화면으로 작품을 접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새로운 영화체험을 선사한다. 불안정한 부분이 살짝 보이지만, HD급으로 복원된 깊고 뚜렷한 화질은 브뉘엘이 의도한 비주얼의 실체를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 주연 여배우 실비아 피날과 영화잡지 <시네아스트>의 편집자 리처드 포튼의 인터뷰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피날의 인터뷰는 제작과정과 스캔들 이후 처했던 수난의 후일담을 담고 있다. 1964년 프랑스 TV프로그램 <우리 시대의 시네아스트> 방영분 역시 수록되어 있는데, 브뉘엘 본인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증언을 통해 위대한 감독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함께 알려지지 않은 소소한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소개된다. 특히 오랜 친구이자 협력자였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절연하게 된 사연을 막스 에른스트가 증언하는 부분은 브뉘엘과 그의 작품들이 서구 지성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브뉘엘의 작품 중 활발했던 멕시코 시절과 말년의 유럽을 잇는 <비리디아나>가 출시됨에 따라 향후 멕시코 시절 작품들의 DVD 발매 역시 강렬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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