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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한 사운드로 들려주는 냉소,
박혜명 2006-07-28

<Hail To The Thief>(2003) 이후 3년 만에 들어보는 톰 요크의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흐느끼다가 연기처럼 흩어지곤 하는 그의 목소리가 <The Eraser>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제멋대로라는 것이다. 라디오헤드의 프론트맨 톰 요크는 자신의 밴드가 <Pablo Honey>(1993)로 데뷔한 지 13년 만에 첫 솔로 앨범을 냈다. 최근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Hail To The Theif> 이후 멤버간의 의사소통이 이전만큼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바 있다. <The Eraser>는 톰 요크가 스스로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으로만 채워진 혼잣말 같은 앨범이다.

베이스기타 사운드마저 배제한 <The Eraser>는 순수 일렉트로닉 음반이다. 몇개의 전자사운드들이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 따위의 역할을 각각 나눠 맡고 있는데 그 조화는 어쿠스틱팝이나 포크록처럼 검소하다. 톰 요크의 목소리가 실린 멜로디는 음악적이라기보다 몽환적인 이펙트 사운드에 가깝다. 화려한 음악적 퍼포먼스를 이루던 라디오헤드 시절의 음악을 떠올릴 때, <The Eraser>는 불필요한 모든 사운드 요소를 ‘지워내고’ 남은 뼈다귀 같기도 하다. 그래서 라디오헤드의 흔적은 다 사라진 것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데뷔앨범 이후 실질적으로 꾸준하게 전자음악 영역을 건드려오면서 라디오헤드가 보여주던 냉소적이고 신경질적인, 그래서 듣는 사람의 심기를 종종 불편케 하는 성질의 요약본이 이 앨범에 들어 있다. 얼추 낭만적인 것으로도 받아들여지는 라디오헤드의 감성을 좋아하던 이라면 <The Eraser>가 낯설 것이고, <Kid A>나 <Amnesiac>의 불친절함을 좋아하던 이라면 톰 요크가 아주 재치있는 솔로 앨범을 냈구나 싶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