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부작 드라마 잇따라 선보여 뱀파이어 등 색다른 소재 시청률 부담 벗고 제작실험 ‘방송사고 막기 고육책’ 비판도
위부터 차례로 ‘도로시를 찾아라(MBC)’, ‘특수수사일지: 1호관 사건(KBS2)’, ‘프리즈(방영미정)’
올여름 4~5부작 초미니시리즈들이 잇따라 선보인다. 이 프로그램들이 빠르고 변화무쌍한 매체를 좋아하는 ‘티브이 이탈 젊은층’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15일 방영을 시작한 문화방송 〈도로시를 찾아라〉(4부작), 8월30일 방영하는 한국방송 〈특수수사일지: 1호관 사건〉(4부작), 옐로우 필름이 제작한 〈프리즈〉(5부작, 방영 미정)는 모두 소재가 추리수사물이며 초미니시리즈에 사전제작된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도로시를…〉은 1980년대 일어난 실제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혼 직전의 부부가 유괴된 딸을 찾는다는 수사극이다. 〈특수수사일지…〉는 요즘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엄숙한 공간이자 밀폐된 공간인 청와대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대개의 16~24부작 미니시리즈들이 멜로물에서 벗어나지 못해 식상함을 준 것과 달리 두 작품은 유괴와 살인이란 중범죄를 소재로 한 본격 수사물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프리즈〉 역시 ‘알고 보니 친남매’, ‘사랑이 시작되자 애인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등의 낡은 설정에서 벗어나 뱀파이어의 사랑이라는 신선한 얘깃거리를 수사물에 버무렸다.
이전에 방영했던 초미니시리즈들이 예상외의 감동을 선사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도 올여름에 만날 초미니시리즈에 관심이 증폭된다. 시청자들 역시 관성적인 드라마 구성보다는 새로운 소재와 빠른 전개라는 내용물에 열광한다. 2003년 11월에 방송된 〈한뼘드라마〉는 매회 한 가지 소재를 5분 안에 담았던 미니드라마로, 대사를 줄이고 절제된 영상을 보여주면서 ‘느끼는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6명의 피디와 작가가 각각 한편씩 맡아 6개의 이야기를 연작으로 묶은 〈떨리는 가슴〉과, 종영됐다 6개월 만에 다시 4부작으로 선보인 〈베스트셀러극장-태릉선수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피디들의 입장에서도 초미니시리즈는 좀 더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실험대가 되기도 한다. 〈도로시를…〉의 최용원 피디는 “시청률 부담이 없어 제작의도를 잘 살릴 수 있고, 캐스팅 면에서도 톱스타가 아닌 실력 있는 여러 배우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제작 피디들은 시간을 채우는 드라마 편수보다 질적인 드라마의 담보가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은다.
일부에서는 이들 초미니시리즈가 기존 16부작 미니시리즈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의 생각은 다르다. “4, 5부작은 방송 사고를 막기 위한 비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 작품 역시 오래전부터 기획됐으나 형식이나 방영 일정이 계속 뒤바뀌어 왔다. 〈특수수사일지…〉는 지난해 11월 방영 예정이었으나 미루어지다 올해 8월 방영한다. 올봄에 구체적인 기획이 나온 〈도로시를…〉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윤손하가 출연할 것으로 알려진 〈그녀의 뇌출혈〉이 무산되면서 예정보다 앞서 방영돼 100% 사전제작이 무색하게 됐다. 〈프리즈〉도 처음엔 티브이 영화로 만들어지다 드라마로 형식을 바꿨고, 4부작에서 1회 늘려 5부작으로 편집됐다. 에스비에스의 방영이 유력하다고도 알려졌으나 아직 방송사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상파 방송 3사가 한해에 미니시리즈로만 쏟아내는 작품 수가 30편이 넘는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초미니시리즈가 고정 편성으로 안정적으로 자리잡기는 어렵다. 소재나 제작여건, 캐스팅 문제들이 뒤엉켜 있는데다 미니시리즈보다 주말극의 시청률이 높듯이 시청률 면에서는 호흡이 긴 시리즈가 방송사로서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초미니시리즈는 ‘드라마 형식의 새로운 대안’이기보다 ‘방송국 편성의 대안’으로 보는 것이 더 가깝다. 시청률에 좌우되는 지금의 드라마 편성표에서 초미니시리즈가 16부작의 대안은 되지 못하더라도, 소재와 형식의 파격적 실험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방영 앞둔 시리즈 3편은
위기의 부부, 딸 유괴당해, 〈도로시를 찾아라〉 극본 서신혜, 연출 최용원, M 7월15일부터 토·일 밤 9시45분
이혼 직전에 놓인 한 부부의 사라진 딸을 찾는 수사극이다. ‘도로시’는 극중 아이를 가리키는 암호명. 1980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주영형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당시 제자를 유괴해 살해한 범인 주영형이 그 아이의 엄마와 불륜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도 연하의 남자와 데이트 중에 딸이 유괴된다. 영화 〈와니와 준하〉 〈연애〉의 서신혜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이며, 유괴전담 경찰팀엔 김영호와 박시은이, 유괴된 아이의 부모이자 별거중인 부부 역엔 지수원과 이세창이 출연한다.
청와대에서 연쇄살인 사건이…,〈특수수사일지: 1호관 사건〉 극본 유숭열, 연출 권계홍, K2 8월30일부터 수·목 밤 9시55분
남·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사흘 앞두고 청와대 경내에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설정이다. 하루에 한 구씩 주검이 발견되면서 긴장감을 더하는 나흘간의 상황을 기록했다. 가장 경비가 삼엄하다고 알려진 청와대에서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은 백악관을 무대로 한 미국의 인기시리즈 〈웨스트윙〉을, 정해진 기간 안에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시한을 두는 점은 미국의 수사드라마 〈24시〉를 떠올리게 한다. 소이현이 증거자료에 충실한 여자경찰 희영으로, 윤태영이 직감으로 승부하는 형사 한수로 등장하고, 박근형과 이혜숙이 대통령 내외를 연기한다. 단막극으로 다져진 권계홍 피디의 촘촘한 연출력이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뱀파이어, 옛 연인의 딸과 사랑, 〈프리즈〉 극본 이진우·한선재, 연출 정재훈
350년을 살아온 뱀파이어 중원이 옛사랑의 딸인 19살 지우와 사랑에 빠진다. 또다른 뱀파이어 이화는 범죄를 저지르고 이화를 잡기 위한 수사가 시작되는 등 시공을 초월한 뱀파이어의 사랑과 치밀한 수사극이 섞여 있다. ‘시네마틱 드라마’(Cinematic Drama)라 불릴 만큼 영화적 기법이 많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수영의 〈아이 빌리브〉, 지오디의 〈편지〉 등을 연출한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다운 실험적인 영상이 돋보인다. 이서진이 백중원 역을, 박한별이 그와 사랑에 빠지는 순수소녀 지우 역을 맡으며 손태영, 김광규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