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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노’ 임채무 “강호동보다 웃긴다네요”

MBC 재연프로 ‘황금어장’에서 이미지 변신…“웃기되 가볍지 않게”

한국의 모레노 주심, 임채무가 데뷔 34년 만에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한다.

지난 9일 〈황금어장〉 녹화장에서 만난 임채무는 일약 중견 연기자들의 동경의 대상이 됐다. 1973년 〈밤길〉로 데뷔해 〈사랑과 진실〉 〈제4공화국〉 〈하늘이시여〉 등 수십 편의 드라마에서 반듯하고 근엄한 모습을 보여준 그는 “일종의 자기 테스트”라는 이미지 변신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젊었을 땐 시청자들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를 깨는 것이 겁이 났습니다. 지금은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황금어장〉은 시청자들의 사연을 코믹하게 재연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강호동, 정선희, 신정환 등과 공동진행을 맡아 매회 두가지 콩트를 선보이고 관련 에피소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첫회 쟁쟁한 개그맨들 틈에서 방귀를 뀌고, 콧구멍을 파는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 ‘강호동을 능가하는 웃음제조기’란 별명을 얻었다. “언제나 20대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살아서인지 코믹 연기도 특별히 어렵지 않다”는 그는 이날 촬영에서도 대부분의 장면을 엔지 없이 한번에 소화했다.

임채무의 숨겨진 재능은 한 아이스크림 광고에서 발굴됐다. 2002년 월드컵의 모레노 주심을 패러디한 광고로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원래 광고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웃겨주려 촬영 중간 장난삼아 뛰었던 것이 광고에 그대로 사용됐습니다.” 그 덕분에 “누구세요?”라고 묻던 아이들이 “임채무 아저씨다”라며 사인공세를 퍼붓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꽁꽁 숨겨져 있던 ‘내 안의 코믹성’을 끄집어내도 괜찮다는 무언의 허락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나를 신뢰했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은 된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놀림을 받을까봐 고민입니다. 아이들이 다 커서 상처를 받진 않겠지만 그래도 ‘너네 아버지 너무 망가졌더라’는 말이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닐테니까요.” 코믹 연기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한 후 “웃기되 가볍게 보이지는 말자”는 나름의 원칙을 정한 것도 그런 연유다. 최근 들어 잦아진 중견 배우들의 코믹 변신 가운데서도 그가 유난히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에서 13장의 앨범을 낸 가수,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서 예능프로그램 코믹 진행자까지 지금까지는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연기자의 매력”이라는 34년 전의 이상으로 달려왔다. 조만간 영화에서 또 한번 변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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