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에서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한국방송 1텔레비전 〈KBS 독립영화관〉은 창의력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프랑스, 일본, 미국의 애니메이션으로 꾸린 특집 ‘애니 언리미티드’를 14일부터 2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시10분에 방영한다.
이번 특집은 할리우드나 일본의 웰 메이드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다소 낯설지 모른다. 저마다 독특한 표현기법을 보여주는 작가주의 작품들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영화만화팀 송현주 피디는 “이미 마니아층이 두터운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지상파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다양한 장르로 외연을 넓히고자 마련된 ‘애니 언리미티드’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특집에서는 〈판타스틱 플래닛〉(14일) 〈별의 목소리〉 〈숨바꼭질〉(21일 두 편 연달아 방송) 〈이온 플럭스〉(28일) 등 모두 4편이 3주간 방송된다. 〈별의 목소리〉 외에는 국내 방송에서는 모두 처음 선보인다.
세계 3대 애니메이터로 꼽히는 고 르네 랄루 프랑스 감독이 만든 〈판타스틱 플래닛〉은 지난해 극장에서 개봉해 잘 알려진 작품이다. 지구를 지배하는 외계 생명체들에게 저항하는 지구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공상과학 애니메이션으로,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대량학살 등 현재도 자행되는 인류의 죄악을 신랄히 비판한다. 손으로 종이에 직접 그려 완성되기까지 3년6개월이 걸렸다는 ‘페이퍼애니메이션’의 느낌이 색다르다.
일본 독립 애니메이션은 내용도 스타일도 낯설다. 〈별의 목소리〉(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지구 소년과 우주 소녀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교류한다는 이야기를 서정적인 화면에 담아 아름다운 대사로 풀어냈고, 〈숨바꼭질〉(감독 모리타 슈헤이)은 밤에 숨바꼭질을 하면 귀신에게 잡혀간다는 구전을 바탕으로 숨바꼭질을 한 아이들이 한 명씩 사라진다는 내용을 3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냈다. 95년에 만들어진 피터 정 감독의 〈이온 플럭스〉는 최근 영화로 개봉한 〈이온 플럭스〉의 원작이다. 국내개봉했던 극장판 중 에피소드 ‘결전의 시간’과 ‘숙청’이 방영된다.
송현주 피디는 “앞으로도 해마다 한두번씩 ‘애니 언리미티드’ 특집을 마련해 세계 각국의 독특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안방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