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문화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7월1일 토요일 오후, ‘스크린쿼터 원상회복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가 한창인 대학로 한복판에 노랑머리를 한 이방인이 눈에 띄었다. 한국영화, 한국 문화를 지키자는 이 집회에 웬 외국인? 조금은 의아한 마음에 말을 걸어보았다. 캐나다에서 온 니콜라 루소. ‘연구공간 수유+너머’ 회원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구호를 외치던 그는 유창한 한국말로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오늘 집회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포스터를 봤다. 캐나다에 있을 때도 FTA와 문화다양성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다. 관심이 있었던 분야이고, 더 잘 알고 싶어서 나왔다.
-‘연구공간 수유+너머’ 사람들과 함께 온 게 아닌가. =아니다. 그냥 여기서 만났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고. (웃음)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도 문화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음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한국엔 어떻게 오게 됐나. =캐나다에서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웃음) 처음엔 여자친구를 따라서 왔지만, 지금은 한국이 좋다. 이번이 4번째고, 한국에 있었던 기간을 다 합치면 15개월쯤 된다. 앞으로 계속 한국에 있고 싶다.
-지금 한국에선 무슨 일을 하고 있나. =민주노동당 ‘미래의제팀’에서 일하고 있다. 내 전공이 환경과 관련된 거다. 민노당에서는 경제문제를 어떻게 환경과 연결해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오늘부터 한국에서는 스크린쿼터 일수가 반으로 줄어든다. 캐나다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는가. =나는 캐나다에서도 퀘백주에 살던 사람이다. 퀘백주에선 모두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거기엔 ‘라디오쿼터제’가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중 일정 부분은 프랑스어로 방송해야 한다는 거다. 소수 문화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스크린쿼터도 그런 의미 아닌가.
-캐나다에선 지난해 문화다양성협약을 국회에서 비준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하지만 캐나다에는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가 있다. 예전에 캐나다에서 미디어 활동가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통신사업 인프라를 구축할 때 미국이 관여할 수 있다고 하더라. 아무리 신자유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하지만, 각국의 문화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한국에 있을 예정인가. =현재 서울청소년문화교류센터 미지에서도 일하고 있다. 여기선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워크숍을 준비한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면 오래 있고 싶다. 지금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녹색대학에 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