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중인 드라마들이 복고적인 느낌을 내고자 옛날 가요나 트로트를 주제곡으로 사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드라마 주제곡에 때아닌 복고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방송 〈진짜 진짜 좋아해〉는 1977년 발표된 혜은이의 노래 ‘진짜 진짜 좋아해’를 주제곡으로 내걸어 방영 시작부터 눈길을 끌었다. 동명 영화의 주제곡으로 사용되어 당시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사랑을 받았던 곡으로, 이 드라마를 위해서 혜은이가 원곡을 다시 불러 화제가 됐다. 이 노래와 함께 극중 봉순이 자주 읊조리는 ‘정선아리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봉순이가 순박한 시골 출신이라는 점과 그에 파생되는 향수를 표현하고자 선택했다”는 제작진은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옛날 노래가 어울릴까 하는 우려도 컸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문식이 멜로 주인공에 출사표를 던진 한국방송 〈백한번째 프러포즈〉에는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가 흘러나온다. 함중아가 70년대 후반 발표한 곡으로, 드라마에서는 그룹 보이쳐가 아카펠라로 편곡해 다시 불렀다. 이 노래 역시 드라마의 복고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됐다. 장태유 피디는 “지금 세대에게는 촌스럽다고 느껴질지도 모를 30대 후반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며 “복고적인 분위기를 위해 70년대 대학가요제 수상곡들을 검토하는 등 주제곡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트로트를 드라마의 ‘얼굴’로 내세우는 유행도 요즘 들어 활발해지는 추세다. 박주희의 ‘자기야’를 예고편에서 사용해 눈길을 끌었던 문화방송 〈얼마나 좋길래〉는 최근 주제곡을 ‘얼마나 좋길래’로 확정했다. 이 노래 역시 트로트로 “밝은 내용과 여러 연령대에 어필해야 하는 일일드라마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박홍균 피디의 설명이다. 앞서 방영된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서는 장윤정이 부른 ‘몰라 몰라’가 드라마의 경쾌한 느낌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후렴구 “몰라 몰라 몰라”가 입버릇처럼 불리곤 했다는 후문이다. 이태곤 피디는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주제곡 덕분에 드라마의 유쾌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는 제대로 드러났다”고 자평했다.
드라마 오에스티가 정규앨범처럼 ‘공들여’ 제작되는 요즘 모두들 ‘새로움’을 지향해 오히려 음반마다 특색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옛것으로 드라마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 주제곡의 복고바람 덕분에 드라마 음악이 좀더 다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