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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시티 ‘누가 4인조를 두려워하랴’
남은주 2006-07-07

‘안되는 게 많은’ 4인조 강도 좌충우돌기

‘안 되는 게 없는 대한민국’에서도 가진 것 없는 이들의 꿈과 계획이란 미수에 그치고 마는 법일까? 드라마시티가 지상파 방송에선 흔치 않은 내용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7월8일 밤 11시15분에 한국방송 2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시티 ‘누가 4인조를 두려워하랴’(극본 김우진, 연출 이진서)는 성공은커녕 범죄도 실패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4인조 강도단 이야기를 그린다.

이 드라마는 올해 초 경찰에 검거된, 어처구니없이 실패만 하다 체포된 강도미수단의 실제 이야기에서 소재를 얻었다고 한다. 극에서도 일자리를 잃게 된 중국집 종업원 4명이 의사 부인을 납치하거나 중국집 사장에게 돈을 뜯거나 남의 자동차를 훔쳐 편의점을 털겠다는, 형식상 중범죄에 가까운 범죄를 계획하지만 번번이 중도포기하거나 손과 마음이 야물지 못해 결국 미수에 그친다.

5일 열린 시사회에서 이진서 피디는 “결국 신자유주의 맨 밑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4인조는 우리 사회의 마이너이고, 잘나고 배운 자에 포함되지 못한 우리들의 가슴앓이”라며 “4인조를 실감있게 그리기 위해 배우들도 비주류로 택했다”고 했다. 돈 버는 것이 소원인 팔만 역은 개그맨 출신 정준하가, 무능하고 시끄러운 주방장 역은 〈효자동 이발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에서 조연을 했던 박길수가 맡았다. 오디션을 통해서는 개그맨 김미진과 아역배우 순돌이 출신 이건주가 선발됐다. 이건주는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봤으나 한번도 된 일이 없는데, 비주류라서 뽑혔다고 해도 정극에서 연기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극본을 쓴 김우진 작가의 이력도 흥미롭다. 헌법학을 강의하는 법대 교수로 처음으로 시나리오 작가에 데뷔한다. 이진서 피디는 주로 드라마시티 같은 단막을 연출해왔다.

이처럼 ‘누가 4인조를 두려워하랴’는 비주류의, 비주류에 대한 드라마다. 극중 김미진이 그룹 아바의 ‘위너 테이크스 잇 올’을 부를 때 나타나는 환상적인 장면, 돈 없는 자·무능한 자·못생긴 자·못배운 자가 되고 만 4인조의 과거를 들추는 짤막한 흑백신 등 ‘주류’ 미니시리즈에서 보기 어려운 실험적인 장면 등은 기획의도와 제작과정, 제작진의 의욕과 더불어 이 드라마의 장점이다.

그러나 4인조의 절실했던 범행 동기에 비해, 이들이 범행과정에서 저지르는 어설픈 실수의 연발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현실감을 떨어뜨릴 만큼 과해 보인다. ‘가리봉 4인조 강도단의 짝퉁’으로 체포되는 과정도 작위적이다. 절박한 사회적 메시지와 코미디를 한데 담으려는 욕심이 과욕처럼 보이게 만드는 몇몇 장면들이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