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메이킹은 큐브릭의 현장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샤이닝>의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스탠리 큐브릭의 딸 비비안이 직접 촬영하고 연출한 것으로, 예고편 이외의 부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큐브릭 영화 DVD들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이 메이킹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큐브릭과 셸리 듀발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어떤 장면을 120테이크가 넘게 찍었다는 큐브릭의 살인적인 작업 방식에 대한 일화는 팬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명하다.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스트레스와 들쭉날쭉한 건강 상태로 초췌하고 때로는 스탭들의 간호를 받으며 쓰러져 있는 듀발의 모습을 무덤덤하게 넘길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큐브릭은 그의 감정을 자극하고 화를 돋워가며 연기를 이끌어냈는데, 메이킹에는 듀발에게 ‘대사에 연연하지 말고 장면의 정서를 제대로 표현하라’, ‘당신이 똑바로 하지 않으니 다들 시간 낭비만 하고 있잖은가’라며 매섭게 지적하거나 심지어는 성질을 부리는 큐브릭의 모습이 생생히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듀발은 인터뷰를 통해 둘 사이의 긴장과 충돌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필연적인 갈등이라고 말한다. 둘 다 최고의 장면을 만든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지만, 서로 다른 방법을 취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감정적으로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을 수 있으나 그로 인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면 관계의 매듭은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때로 고통이 지나쳐 관계가 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지만, 적어도 듀발은 그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 모든 일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촬영장을 방문한 제임스 메이슨(<롤리타>의 주연) 일행과 인사하는 잭 니콜슨.
아역배우 대니 로이드. 극중 모습과는 180도 다른 해맑은 웃음이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