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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스토리> 더빙 연출 총지휘한 성우 권희덕
정재혁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6-07-06

“음계를 이용해 목소리 연기를 가르친다”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에요∼.” 이 카피를 기억하는지. 탤런트 최진실의 입을 통해 전달됐던 목소리의 진짜 주인공은 성우 권희덕이다. 1976년 KBS 14기 성우로 데뷔해 영화 <동방불패>의 임청하, 애니메이션 <베르사이유 장미>의 마리 앙투아네트, TV 만화 시리즈 <달려라 하니>의 새엄마 유지애까지, 수많은 캐릭터에 목소리를 빌려준 여인. 7월6일 개봉할 애니메이션영화 <파이스토리>에선 코딜리아 역의 목소리 연기뿐 아니라 전체 더빙 연출을 총지휘했다. 장마 구름이 잠시 걷힌 오후, 녹음 스튜디오에서 그녀를 만났다.

-<파이스토리>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영화를 봤을 때 느낌이 좋았다. 무엇보다 따뜻한 스토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처음엔 목소리 연출만 하기로 했었다. 연출을 하면서 내 녹음까지 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분량을 먼저 마쳐놓고 연출을 하니 별 문제는 없더라.

-본인의 녹음 분량은 며칠 만에 완성했나. =보통 더빙을 할 때는 녹음 이전에 수차례 시사를 한다.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의 감정을 익히고, 리듬을 타야 한다. 그런데 이번 녹음은 사실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두 시간? 이제는 하도 많이 하다보니 첫눈에 모든 게 파악되곤 한다.

-캐스팅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들었다. =사실 연예인을 성우로 기용하는 것에는 항상 반대해왔다. 목소리 연기는 보통 연기보다 감정이나 호흡이 몇배나 더 중요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숙련된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이 더 편하다. 이번에 같이 한 SS501에게도 감정과 호흡에 대해 많이 지시했다. 나는 보통 연기를 지도할 때 음계를 이용한다. 여기선 미로 시작하고 도로 끝나는 거야, 이런 식으로. 매우 잘 따라와줬다.

-코딜리아는 S라인 몸매를 자랑하는 여성적인 캐릭터다. 이전에 맡았던 역할들도 주로 어여쁜 여성들이 많다. =내 목소리가 그렇지 않나? (웃음) 내가 허리 사이즈 22짜리 역할만 한다. 하지만 이번 코딜리아의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처음에 반하는 역할이 아닌, 볼수록 친숙해지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나. =내 목소리와 다른 색깔의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동방불패>의 중성적인 목소리 임청하처럼.

-자신의 음색과 다른 소리를 연기하는 게 힘들진 않나. =물론 힘들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 항상 섹스신을 가르친다. 소리는 일단 밖으로 내봐야 한다. 내보지 않은 소리를 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 섹시한 영화에서 강리나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엔 안 한다고 했지. 결국 설득당해서 했지만 하고 나서 며칠을 앓았다.

-목소리로만 관객과 만난다는 점에서, 성우란 직업에 서운함은 없나. =그런 건 없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나는 이미 많은 걸 누렸다. 목소리 덕택에 이렇게 유명해졌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 오히려 성우란 직업에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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