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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과 <한반도> [3]
문석 사진 오계옥 2006-07-13

강우석 감독이 말하는 <한반도>

“내가 강요하고 있다고? 그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한반도>를 완성한 소회는. =6월26일 있은 시사회 끝나고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특히 나쁘게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지나친 민족주의다, 국수주의다, 이런 얘기도 들려오는데 이미 찍기 전부터 각오했던 말들이다. 기자들에게서는 별로 좋은 얘기가 안 나오는 것 같고, 좋게 본 쪽은 일반 관객 같다.

-영화를 너무 크게 벌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애초에는 3시간30분 정도 되는 영화를 만들 생각도 했지만 스탭과 주변에서 말려서 포기했다.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다양한 인물을 가지고 드라마를 전개하고 싶었던 게 기본 입장이다. 이 영화를 두고 말이 많은데, 내용을 받아들이느냐 못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아주 덤덤하게 보는 쪽과 가슴으로 보는 쪽이 갈릴 것 같다.

-3시간30분 버전은 어떤 내용을 추가한 것인가. =통일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다. 지금 영화에 통일 부분을 많이 넣으면 일본에 관한 부분이 밀릴 것 같았다.

-<한반도>에 관해 전반적으로 너무 주장이 강하고, 많다는 반응이다. =과연 일반인이 그런 것을 부담으로 느낄까. 나는 시사회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위했던 게, 영화에 대한 시각차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었다. 특히 나이 든 분일수록 좋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역시 모든 대중영화가 그렇지만, 일반인으로 내려가봐야 확신하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단선적이다보니 감정을 묻을 곳이 없다는 느낌이다. =인물이 너무 많아서 그럴 수 있다. 너무 여러 명을 옮겨다니기 때문에. 하나하나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가는 게 아니라 인물들의 구성 자체가 입체적인 쪽을 선택해야 했다. 만약 인물 하나하나에 입체성을 넣으면 굉장히 지루한 영화나 헷갈리는 영화가 나올 것 같았다. 각자 빨리 말하고 지나가야 하고, 사건도 빨리 설명해야 하고. 또 그 사건들을 연결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흡사 강의를 들은 것 같다고도 말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지는 않는다. 하긴, 시사회에 온 사람 중에는 국새가 그토록 중요한 것인 줄 처음 알았다는 경우도 있었다. 어쩌면 그 또한 강의로 느꼈을 수 있다. 문제는 내가 강요하고 있느냐다.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배우 정경순은 영화를 보고나서 나를 끌어안으며 울면서 영화를 봤다고 했다. 내 좌석 주변에도 흑흑거리며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역사학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기보다는 지금 시대에 나에게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이렇게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표현한 것인데, 그것이 대중에게 강요나 교육처럼 느껴진다면 내가 무리수를 둔 것일 게다.

-어떤 사명감 같은 것도 느껴진다.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너무 우습게 알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실, 나도 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국새가 뭔지, 외세가 뭔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축구할 때만 똘똘 뭉치지 다른 때는 뿔뿔이 흩어져 있지 않나. 조금 닭살이 돋더라도 영화를 통해서라도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사는 것, 이런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소명의식 같은 게 있다. 특히 내가 아이들을 다른 나라에서 길러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나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하면 바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고 공언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화를 한번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목적의식이나 계몽성이 앞서는 느낌이다. =나는 그것을 뒤에다 두려고 한 건데, 앞선다고 느낀다면 그건 보는 사람의 시각이니 어쩌겠나. 이 영화에 대한 가장 황당한 반응이 있었다. 국무회의장 부근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는 장면이 있잖나. 그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안성기 선배가 연기한 대통령이 노무현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현직 대통령 사진이 그렇게 걸려 있는 곳이 어딨냐. 영화 속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차기 또는 차차기 대통령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일부러 찍었는데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더라. 그렇게 현실 정치가 나오니까 갑자기 거부감이 생기는 거다. 그런 부분부터 오해가 쌓이기 시작한 것 같다. 게다가 또 들려오는 황당무계한 얘기가 ‘강우석 감독의 다음 행보는 정치구나’ 하는 거다.

-정말 정치 생각은 없나. =뭔 소리를 하는 건가. (웃음)

-사실 영화에서 감독의 목소리가 너무 직접적으로 나온다. =관객이 강우석이 어떤 캐릭터인지 잘 모르는데도 감독 주장이 너무 강하다고 할까. 나는 절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관객이 이 영화의 2시간24분을 내내 따라오지 않더라도 어느 시퀀스의 느낌, 어떤 대목이 재미로 와닿으면 좋은 말을 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내가 좀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그건 내 생각인데 어떡하냐.

-문제는 그 주장이 편파적이라기보다는 너무 직설적으로, 여과없이 던져진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부터 영화는 나에게 판타지가 아니라, 삶이다. 비판을 받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건 사실 <공공의 적> 1편부터 그랬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확인하고 싶고, 내 주장이 맞는지, 얼마나 사람들이 거부하는지도 알고 싶다.

-꼭 그렇게 목적의식을 강조할 필요가 있나. =국가, 민족, 이런 얘기를 하는 감독은 나밖에 없지 않나. 일종의 다양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 후배들이 다 이런 영화를 한다고 하면 덮어버리지. (웃음) 나는 십수년간 코미디도 해보고 여러 장르를 연출했고, 제작도 수십편 해봤다. 이제 내 욕구가 영화로 소리도 질러보고, 선과 악을 나눠보기도 하고, 관객의 동의도 구해보기도 하고, 이런 것을 하고 싶다는 거다.

- 일종의 팩션영화로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가르는 데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다. = 영화 내용을 모두 팩트로 보는 시각이 편치 않다. 과거에 이렇게 정말 짓밟힌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의 미래도 연출될 수 있다는 게 내 논리인데, 보는 사람들은 현재 부분을 픽션으로 잘 안 받아들이는 것 같다. 사실, 흘러가는 장면들은 오락적인 요소가 많다고 본다. 내가 관객에게 서비스한 신이 굉장히 많다. 이 영화가 현실감있어 보이는 데는 구축함과 전투기가 실제로 비춰지는 탓도 있는 것 같다. 지금 청와대 계신 분이 미국으로부터 작전통수권 넘겨받으면서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하지 않나. 나는 이 영화를 지지난해부터 준비해서 지난해부터 찍어왔는데 왜 올해 이런 일이 생기냔 말이다. 그렇게 현실이 비슷하니까 뻔한 얘기를 왜 소리지르냐, 강조하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논쟁도 염두에 뒀을 것 같기도 하다. =픽션을 픽션으로 못 받아들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논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은 했다. 하지만 픽션을 픽션으로 받아들였다면 다 재밌다고 했을 것이다. 그만큼 화면에 공을 들였고, 그만큼 물량을 투입했고, 그만한 영화적 반전을 갖추는데다 배우들이 연기를 못한 것도 아니니까. 문제는 이 영화가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오니까 보는 사람이 ‘내 생각과 다르다’고 느끼는 데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편치 않은 영화인 것 같다. 어쩌면 그것도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미덕일 수 있다.

-어떤 사회적 반향을 기대하나. =일본에 대한 생각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 막연하게 독도 얘기할 때만 감정적으로 흥분할 게 아니라 우리가 왜 그러는지에 대한 뿌리를 찾아보자는 거다. 또 앞으로 이런 가상의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내부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과잉이다’, ‘아니다’ 이런 논란 정도는 일어나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한반도> 촬영현장에서의 강우석 감독

-촬영장에서 ‘이 영화가 나오면 보수주의자들이 반발할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보니까 거의 다 보수주의자더라. (웃음)

-그렇다면 스스로 좌파적인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나는 사고가 워낙 그러니까. ‘나는 좌파다’, 이런 게 아니라 기본적인 생각이 상대방을 좀 의식하면서 살자는 거다. 서로 나누고 베풀고 하는 자본주의를 살자는 거다. 혼자만 잘살겠다, 이런 놈들은 안 된다. 그런 생각 탓인지 영화에 접근할 때도 선과 악을 확 나눠버리고, <공공의 적> 1, 2편이 나온 것 아니냐. 그리고 우리 외가가 일본과 어떤 사연이 있다. 또 아버지가 실향민이다. 나는 지금 남북통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빨리 하자는 생각인데, 그 부분을 얘기하는 데에 내 개인 생각이 어떻게 안 들어갈 수 있겠나. 그런데 사회 전체를 생각하면 지금 통일하면 큰일난다는 게 주된 분위기 아닌가. 그래서 통일에 대해서는 그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화두만 던져놓은 거다.

-솔직히 <한반도>가 얼마나 흥행할 것이라 생각하나. =500만명 이상은 예상한다.

-차기작은 어떤 영화를 구상 중인가. =첩보물을 하나 하려고 한다. <미션 임파서블> 같은 오락영화인데, 가능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보고 싶다. 주위에서는 ‘<투캅스> 같은 영화 하나 찍어주세요’ 하는데, 그것도 대본이 있어야 찍는 것 아닌가. 그리고 안 해본 장르를 해보고 싶다. 한국 액션영화를 보면서 ‘저거 어떻게 찍었어’ 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그런. 남북문제라기보다는 경제전쟁쪽인데, 현재 시나리오를 위한 자료 준비 단계다. <택스> 때 말실수한 것 때문에 더이상 말을 못하겠다. 만약 하게 되면 내년쯤 들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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