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일 시작한 문화방송 〈얼마나 좋길래〉(극본 소현경, 연출 박홍균 김경희, 저녁 8시20분)는 일일연속극 1위 자리를 되찾으려는 문화방송의 야심작이며, 연출자에게는 중요한 명예회복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주인공 에릭의 부상으로 〈늑대〉가 조기종영된 뒤 와신상담하다 일일연속극으로 돌아온 박홍균(36) 피디의 출사표를 들어보았다.
“한국방송 일일연속극이 두달 먼저 시작해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 쉽지는 않습니다. 1주일에 1퍼센트씩만 올리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두 달 후에는 반드시 역전합니다. 일단 전장에 나간 병사는 고지를 지켜야지 멋있게 죽는 방법을 연구하면 안 됩니다.” 앞선 일일극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가 좋은 평가를 받고도 시청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을 의식한 탓인지 처음부터 못을 박는다. 첫 녹화를 하던 날, 백전노장의 배우 김영철마저 “부담이 커서 어깨가 펴지지 않는다”고 했단다.
“일일극 최대의 소비자인 장년층을 잡기 위해 중견배우의 비중을 젊은이들 못지않게 높였습니다.” 〈얼마나 좋길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상황에서 출발하는 ‘고전적인’ 일일극이다. 주인공 남녀(김지훈, 조여정)가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보니 여자의 아버지(김영철)가 남자 집안을 망하게 한 원수였다는 설정이다. “시청률에 목숨거는 시간대지만 최소한 출생의 비밀 같은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를 끌지는 않습니다. 120부작이라 시간은 많습니다. 같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상황은 구체적으로, 인물들의 내력은 풍부하게 구성한다면 설득력 있는 드라마가 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천천히 해볼 수 있다”는 박 피디의 말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입봉 1년차부터 외압설에 시달렸던 〈영웅시대〉, 기획단계에서 좌초된 〈못된 사랑〉 〈이별의 빨간 장미〉, 조기종영한 〈늑대〉를 거쳐왔다. 급하게 동원됐던 작품마다 겪은 일이니 누구의 잘못이든 무릎이 꺾일 만도 하다. 제작관행이나 스타시스템 핑계댈 것 없이 ‘불우하고도 모자란’ 연출자였다고 자인한다. “어떤 때는 총알받이였고, 어떤 때는 상황이 나빴다고 생각하지만 배우와 스태프들을 믿고, 마음을 비우는 공부를 하는 것이 연출자라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그렇다고 스타에만 의존하면 연기자가 다치고 힘들어졌을 때 팀 전체가 맥없이 무너지더라는 뼈아픈 경험을 가졌기에 이번에는 연기에 대해 적극적이고 진지한 배우들만으로 중요한 드라마를 시작한다고 했다. 〈매일 그대와〉 〈성녀와 마녀〉에서 탄탄한 구성력을 보였던 소현경 작가가 함께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