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쉰 것은 아니었다.”지난 1일 <한겨레>에서 만난 배우 유오성은 2년 간의 공백을 이렇게 설명했다.
<챔피언> <도마 안중근> <장길산>으로 영화와 드라마 모두 잠수함을 탄 듯 서서히 가라앉을 때, 출연료 반환 고소사건 같은 몇 가지 송사의 혹도 덧붙었다. 그런 그가 공백을 깨고 5일부터 시작하는 한국방송 새 수목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강력계 형사 최장수역을 맡아 다시 카메라 앞으로 솟아올랐다.
그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 대신 무대에서 오기를 삭히는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좋아했던 소설로 만든 작품의 결과가 썩 좋지 않아 쉬던 차에 은사님의 제안으로 연극을 했다”고 말했다. 연극 <테이프> <2006 오이디푸스 더 맨>을 하면서 학창시절, 처음 연기를 할 때 품었던 소중한 느낌이 스멀스멀 되살아났다. “한 때 결과가 좋지 못한 작품에서도 내가 연기를 어떻게 하더냐고 묻던 치기어린 때가 있었다”며 웃던 그는 “배우란 직업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고,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기, 남을 존중하기, 감사할 줄 알기 같은 마음을 다시 새기고 일을 한다”고 했다.
<투명인간 최장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형사 최장수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가족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헌신하는 휴먼드라마다. 청춘남녀의 연애사 같은 트렌디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던 수목 드라마에서 가족애를 다뤄 이채롭다. 곧 둘째 아이 아빠가 되는 유오성은 “평소에도 가족에 대한 절실함이 있다”면서 “가정의 문제는 소통의 문제이기 마련인데, 소통의 길을 트는 가장으로서의 최장수라는 인물을 보여주면 배우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제대로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가벼운 걸음으로 영화도 찍었다. 기수와 말의 우정을 다룬 <각설탕>에 우정출연 했다. 촬영 컷이 30씬이 넘으니 우정출연이란 말은 무색하다. “한 컷 찍고 술 먹는 게 우정이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게 우정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두 가지라고 한다. 인간적인가와 사실적인가. 지금도 이런 잣대로 다른 시나리오를 검토중이다.
유오성은 “인간으로서 날 어떻게 보여주려고 한 적은 없지만 가끔은 정체성에 혼란이 올 때가 있다”면서 “원칙이나 상식이 지켜져야 한다는 고집도 있고, 단순, 소박, 순수해서 많은 사고도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와 자신을 돌아보니 “가치관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걸 표현하고 행동하는 나는 달라졌더라”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느슨해져서인 것 같다고도 했다. “포장과 미화의 문제가 아니라 풍부한 정서를 닮아가는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란 직업에 감사한다”던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이 직업을 하는 난 행복하다”고 말하며 드라마 촬영장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