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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매켈런의 연기세계 [2]
이다혜 2006-07-06

<반지의 제왕> 간달프로 전세계적 인기 얻어

<반지의 제왕>

이쯤 되면 <반지의 제왕> 간달프 캐스팅을 위해 피터 잭슨과 프랜 월시가 직접 런던으로 그를 찾아간 일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반지의 제왕>을 읽어보셨나요?”라는 질문이 가장 지겹다고 할 정도로 <반지의 제왕> 3부작은 그에게 엄청난 인기를 안겼고, 또한 두통거리가 되었다. 호빗들을 수호하는 간달프를 위해 매켈런은 원작자 톨킨이 직접 읽은 <반지의 제왕> 녹음을 들었다. “톨킨의 낭독을 듣고 연극적으로, 연기적으로 자극을 받았다. 리드미컬하고 유머러스했으며 인물의 성격이 확실히 드러났다. 의심할 것 없이 간달프는 톨킨 자신에게서 시작된 인물이다. 내 생각엔 프로도와 아라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이만 어렸다면 여행을 떠나 그 여정에서 변화를 겪고 성숙해지는 프로도를 연기해보고 싶었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간달프가 되었다. 호비튼의 앙증맞은 집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키의 간달프가 서까래에 머리를 부딪히는 설정은 매켈런의 고민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3부작을 1년에 한편씩 개봉하기로 한 전략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들이 1년 전에 뭘 봤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박스오피스에서 이렇게 엄청난 성공을 거두리라는 사실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DVD와 비디오를 살 것이라는 사실도 예상하지 못했다. 개봉 방식 때문에 시리즈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매우 기쁘다.” 간달프의 얼굴은 뉴질랜드의 화폐에 새겨졌고, <반지의 제왕> 시사회가 열리던 날 행사장에는 10만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도 안 한다. “나는 회색 수염을 기른 마법사로는 캐스팅된다. 하지만 커밍아웃을 한 젊은 게이 연기자는 멜로영화에서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되지 못한다.” 앤서니 홉킨스보다 출연료가 낮은데다가, 홉킨스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 액수의 돈에 그런 긴 시간을 뉴질랜드에서 있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캐스팅된 건 아닐까, 하는 말을 하는 데도 망설이지 않는다.

동성애자 문제에 적극적 발언

더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매켈런은 동성애자 문제에 대한 발언에 적극적이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과 <다빈치 코드>로 올 칸영화제에 참석한 그는 유머러스한 말솜씨 뒤에 분명한 뼈를 심었다. “동성애자로 사는 것은 돌연변이로 사는 것과 같다. 동성애가 ‘나을’수 있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시선과 <엑스맨3: 최후의 전쟁>에서 돌연변이를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선은 같다.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엑스맨> 시리즈는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냉대받고 열등하게 취급받는 젊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예수가 결혼했다는 <다빈치 코드>의 내용을 믿느냐는 질문에는 “예수가 결혼해서 자손을 낳았다는 사실을 기독교인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안 그래도 게이문제를 가지고 까탈스럽게 구는 바티칸인데,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다니 예수가 게이가 아니라는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엑스맨>

<다빈치 코드>

전성기를 누리는 매켈런은 행복할까. 연기를 하면서 여전히 즐거울까. 68살이라는 나이 때문에 위축되지는 않을까. <갓 앤 몬스터>에서 그가 연기했던 제임스 웨일이 자살한 나이까지 이제 1년이 남았지만 매켈런은 앞으로 10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며 일하고, 대사를 암기하고,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 10년. 모든 역할은 슬픔을 남긴다.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 깊은 걱정과 불안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좀더 기운차다면, 목선이 점점 늘어지지 않는다면 더욱 좋겠지만. 게이 노인이 되어가는 김에 게이를 위한 실버타운을 만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한다. “게이 노인이라면 여자 간호사보다는 남자 간호사를 더 선호할 테니까.” <가디언>은 그의 연기를 칭송하며 “이안 매켈런은 국보다”라고 했지만, 유머감각도 저 정도면 국보급이다. 자서전을 쓸 생각이 없는 매켈런은 연기생활을 하는 동안 모은 자료들을 공개하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홈페이지(www.mckellen.com)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직접 글을 올리는 일도 많다.

“모든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이는 몸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매켈런은 늙지 않는다 해도 죽게 되어 있는 인간이고, 게다가 ‘앞으로 10년’이라는 두려운 카운트다운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7년에는 트레버 넌과 다시 한번 뭉쳐서 <리어왕>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고,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매그니토>의 출연도 내정되어 있다.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몇살로 느끼느냐는 질문에 대한 매켈런의 대답은 유머러스하고 또한 의미심장하다. “영화에서 그런 질문을 받는 장면이 있었다. 10살이라고 대답했었지. 흠, 그렇게 어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다만, 모든 일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겨우 절반쯤 온 것 같다. 끝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는 웃었다. “안경을 안 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이안 매켈런의 글과 말

“나는 액션 피겨가 좋다!”

2002년 3월16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오프닝 중

“아카데미 수상식을 기다리며 LA에서 햇볕이나 쬐고 있을 수도 있었고, 런던에 사는 95살 먹은 새어머니를 만나고 있을 수도 있었다. 뭐, 자주 찾아가지도 않지만. 아니면 남자친구와 뉴질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지금 여기 있다. 뉴욕에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를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허영 때문에 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쇼의 출연진들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다. 특히 지미 팰론. 정말 귀엽지 않은가? 보통 쇼가 끝날 때 감사인사를 하지만, 오늘은 그 즈음엔 팰론을 내 옆에 앉혀두어야 하니까 지금 감사인사를 해야지. (웃음) 그 많은 고전들을 소화한 뒤 매기 스미스가 해리 포터 레이디로 유명해지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앤서니 홉킨스는 인간의 얼굴을 물어뜯는 걸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말이지. 나는 액션 피겨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다! 난 액션 피겨가 좋다. 하루 종일 가지고 놀기도 하는걸. (웃음)”

“레이건과의 관계에 대처의 미남에 대한 애호가 작용했다”

2004년 6월6일, 2004년 6월5일 사망한 로널드 레이건에 대한 글 중

“레이건이 죽음은 맞은 집은 캘리포니아에 있다. 아마도 그의 마음은 할리우드를 떠난 적이 없을 것이다. 메릴 스트립이 1984년에 내게 얘기하기로는, 백악관에서 전화를 받은 적이 몇번 된다고 했다. 레이건이 소련문제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고. ‘누가 실세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대처가 영국배우협회에 그런 전화를 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중략) 대처와 레이건에 대한 많은 글들이 있다. 상당히 유사했던 경제정책과 반공산주의에 대한 열정에 대한 많은 글이.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은 내가 목격한 바 있는 대처의 잘생긴 남자에 대한 애호다. 대처가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레이건이 영화 스타였다는 점은 정치적 성공이라는 면보다는 둘의 우호적인 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한 관계가 있는 일이니까.”

“커밍하웃하지 말라는데, 정말 거지 같은 노릇이다”

2006년, 베를린영화제 평생공로상 수상 소감 중

“할리우드는 매우 보수적인 곳이다. 미국 남자 배우가 게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란 매우,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배우가 레즈비언임을 밝히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그 사실이 매우 신경 쓰인다. 같은 미국이라 해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성 정체성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열린 자세를 가질 수 있는 것과 대조되기 때문이다. 커밍아웃한 스튜디오 간부들조차 배우들에게는 커밍아웃하지 말라고 한다. 관객이 싫어할 것이고, 일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정말 거지 같은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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