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타트의 첫 등장 장면. 뱀파이어 특유의 섬뜩한 매력이 잘 드러났다.
앤 라이스의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독자를 사로잡았던 이유는 화자를 뱀파이어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덕택에 소설 속 뱀파이어들은 진지하고 섬세하며 감성이 풍부한, 유치하지 않은 초자연적 존재들로 그려졌다. 하지만 글자를 그대로 영상으로 옮길 수 없는 법. 영화판 연출을 맡은 닐 조던은 특수분장과 효과를 맡은 스탠 윈스턴과 함께 회의를 수없이 거듭하며 뱀파이어를 영상으로도 유치하지 않게 보여줄 방법을 찾았다. 그들은 ‘창백한 피부와 군데군데 비치는 푸른 혈관’을 뱀파이어 비주얼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 방법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배우들은 촬영 때마다 30분씩 거꾸로 매달려 얼굴의 혈관을 두드러지게 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드러난 혈관을 따라 그리는 분장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치하지 않게 보이려는 고민은 시각효과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8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뉴올리언스와 파리를 오가는 영화 속 배경은 실제 세트와 디지털 처리를 활용하였는데, 현대 건축물을 CG로 지우거나 로케이션과 스튜디오 촬영분을 정교하게 합성한 영상은 ‘고친 티’를 찾기 어려운 훌륭한 것이었다(이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의 화면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이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도 시각효과팀은 오스카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닐 조던은 음성해설을 통해 ‘역설적으로 너무나 진짜 같았기 때문에 시각효과팀의 공적이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고 위로한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제작과정은 유치하지 않은 뱀파이어영화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의 연속이었다.
얼굴에 비친 혈관은 이 작품에서 뱀파이어 비주얼의 중요한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