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에서 주인공의 직업에 맞춰 제작 지원사를 찾는 새로운 방식이 늘고 있다.
지금껏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은 어떤 회사가 제작 지원을 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곤 했다.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의 직업은 자동차 회사 사장이었다. 이 드라마의 제작 지원사가 지엠대우였기 때문이다. 〈불꽃놀이〉는 아예 드라마의 배경을 화장품 회사인 페이스 스토리로 설정했다. 주인공들의 직업도 제작 지원사에 따라 뷰티 플래너로 설정됐다. “지원사들의 목적은 홍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이 드라마뿐 아니라 대다수 드라마가 그런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직업을 바꾸곤 한다. 〈소문난 칠공주〉는 최근 이혼한 덕칠이가 텐텐치킨이라는 음식점에 관심을 보이는 내용을 방영했는데, 이 드라마의 제작 지원사가 바로 둘둘치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주인공의 직업에 따라 제작 지원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연애시대〉에서 감우성은 북마스터였다. 고객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고 추천해주는 이 직업은 원작 소설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이 드라마는 원작에 충실하고자 주인공의 직업을 고수한 채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에서 지원을 받았고 배경도 교보문고가 됐다. 〈연애시대〉를 제작한 옐로우필름 쪽은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업군으로 변경하자는 유혹도 있었지만 원작을 살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의 의도에 맞게 새로운 제작 지원사를 발굴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잘 소개되지 않았던 직업일수록 관련 회사의 지원을 받기는 더욱 수월하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져 드라마에서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한 직업에 대한 호감도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며 “알려지지 않은 직업과 회사들이 드라마의 소재로 차용되길 원하며 적극적으로 제안에 나선다”고 전했다.
〈스마일 어게인〉에 소프트볼 선수가 등장한다는 소식에 대한소프트볼협회가 국가대표팀 출연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성유리가 아쿠아리스트로 출연하는 〈어느 멋진 날〉의 박인선 제작피디도 “우리나라에서 3곳밖에 없는 아쿠아리움에서 이례적으로 모두 장소 협찬을 제공받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 내용에 맞춰 제작 지원사를 찾게 되면 원래의 기획의도를 그대로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직업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세부사항들을 보충할 수도 있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은 이런 방식을 활성화해 드라마의 내용이 후원사에 따라 급하게 바뀐는 관행이 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