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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봐도 웃기고 싶은 ‘친절한 아저씨’
김소민 2006-06-22

개그맨 김병만, 무술 개그에서 영화 속 감초까지 넘나드는 활약

단발머리 아저씨 앞에 고민거리를 한 아름 안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한 외국인이 걱정을 털어놓는다. “항국말 찰하코 시픈데 어떠케하죠?”(발음대로 풀면 이렇다) 아저씨는 까딱하지 않고 말한다. “잘하네. 뭐.” 한 꼭지당 4~5명이 이런 식으로 고민을 털어내고 환호한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친절한 아저씨’다. ‘대결’ 등 꼭지에서 온갖 무술을 선보였던 개그맨 김병만(31)은 ‘친절한 아저씨’에선 꼼짝 않고 한두 마디만 내뱉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친절한 아저씨’에 그리 새로울 건 없다. 이른바 ‘허무 개그’의 맥을 잇는다. 그래도 아저씨의 해법에 ‘싫으면 하지 마라’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어 보게 된다. “그까이꺼 대충”이라며 경쟁에서 이기려고 아등바등거리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경비 아저씨’ 장동민만큼 세태를 뒤트는 맛은 없지만 여유는 이어받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몸도 마음도 지치고 정신도 없어요. 언뜻 봐도 집중이 되고 바로 웃음이 나와야 하죠.” 문제 뒤 바로 해결이 따라붙어 스타카토처럼 웃음을 자극한다.

그는 어느 지점에서 웃음이 터져 나올지 대충 감이 온다고 한다. 〈개그콘서트〉에서 6년 동안 36개 꼭지를 선보였으니 그럴 법하다. 수명 짧은 개그 세계에서 그 기간 동안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재주다. “별로 끼가 없어요. 예전엔 모르는 사람 앞에 서면 인간 로봇처럼 얼었죠. 개그맨 공채에서 7번 떨어졌죠. 한 우물만 계속 파다보니까 되더라고요.”

그가 개그맨으로서 버티는 데는 4년 남짓 연극하며 닦은 내공과 탄탄한 무술 실력이 한몫했다. 초등학교 때 뒤로 재주넘기를 했다. 기계체조 해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키가 작아 많이 맞다가 고등학교 들어서 무술을 배웠다. 태권도, 레슬링, 격기도, 쿵후…. 성룡을 보고 반해 영화 속 무술 연기를 꿈꿨다.

20살 때 고향인 전북 완주를 떠나 무작정 연극 판에 들어선 것도 그 꿈 때문이다. “새벽에 공중화장실에서 목욕하다 경비 아저씨한테 걸려 혼난 적도 있어요.” 영화 〈선물〉에서 개그맨 이수근과 한 팀으로 한 장면에 등장하게 된 인연으로 〈개그콘서트〉까지 출연하게 됐다. 무술 개그는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몸으로 하는 개그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연기를 접목해 폭을 넓혀가고 있어요.”

그는 여전히 “영화 속 감초”를 꿈꾸고 있고 실현 중이다. 영화 〈김 관장 대 김 관장 대 김 관장〉 〈조폭마누라 3〉에서 대사와 캐릭터를 지닌 조연을 맡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