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엠비와 디지털 티브이 등 방송 채널은 많아지고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케이블 사업자들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각광받고 있다. 복수채널 사업자인 온미디어와 씨제이 미디어가 이 흐름에 앞장섰다. 씨제이 미디어는 자체 제작한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종합 버라이어티 채널 ‘티브이앤’을 올 하반기에 개국할 예정이다. 온미디어 김의석 국장은 “이제 케이블 티브이의 시청자 규모와 시장 규모가 커져 자체 제작을 본격화해도 될 시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케이블 티브이의 자체 제작물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최근 2~3년 내에 선보인 다양한 시도가 빛을 발하면서다. 온스타일 〈아이엠어모델〉, 동아티브이 〈스타메이커〉처럼 리얼리티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오시엔 〈가족연애사〉, 엠넷 〈성교육닷컴〉같이 성을 직접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대표적이다. 엠넷 홍보담당자 김규정씨는 “딱딱한 성교육물 대신 〈성교육닷컴〉을 보여주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문의가 많다”는 말로 달라진 케이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위상을 설명했다.
지상파에 비해 돈, 기술, 장비 등 제작여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케이블 채널의 무기는 기획력이다. 한정된 콘텐츠로 여러 매체를 채우기 위해 같은 소재로 영화와 케이블이 윈윈 전략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만화 〈다세포 소녀〉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퍼액션에서도 이를 드라마 〈시리즈 다세포 소녀〉(가제, 총감독 김의석)로 만들어 8월에 선보인다. 엠넷의 비보이 드라마 〈브레이크〉는 다른 제작물에도 소재 제공을 했다. 〈궁〉을 제작한 에이트픽스에서는 동방신기를 주연으로 한 비보이 드라마를, 진인사필름에서는 〈브레이커스〉(가제)라는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정착한 ‘티브이영화’(티브이 방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장르의 도입도 눈에 띈다. 오시엔은 2004년도에 ‘동상이몽’(총감독 봉만대)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총 2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코마〉(총감독 공수창)를 7월에 방영한다. 엠비시 드라마넷도 〈열번째 비가 내리는 날〉을 시작으로 현재는 한-중 합작 드라마 같은 콘텐츠 자체 제작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채널 씨지브이도 중앙대학교와 함께 올해 말께 옴니버스 형식의 학원물을 만들어 방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케이블 티브이 자체 제작에는 표절 공방, 선정성과 상업성의 시비도 늘 따라다닌다. 오시엔 박선진 편성팀장은 “표현의 수위와 편성이 자유로워 제작진들이 맘껏 상상력을 펼 수 있지만, 매체 파워가 적어 스타 캐스팅이 어려운데다 작품 완성도에 대한 지적도 있어왔다”고 자체 제작의 장단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