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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의 거목 차범석, 하늘로 가다
김나형 2006-06-15

극작가 차범석이 지난 6월6일 82살의 일기를 마쳤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로 불리는 그는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밀주>의 당선으로 정식 등단한 뒤 <산불> <불모지> <손탁호텔> 등 60여편에 이르는 희곡을 썼으며, 수필집과 평론집을 내는 등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해왔다. 또한 극단 ‘산하’를 창단, 한국 현대극을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고 제작극회를 만들어 소극장 운동을 주도하기도 한 활동가였다. 전쟁 뒤 근원적 욕망이 차단된 극한상황에서의 애욕과 갈등을 그린 <산불>은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백미로 꼽힌다. 이를 두번이나 영화로 만든 김수용 감독은 “뜻이 잘 맞아 속내를 드러내며 지내왔다. 누가 거짓말을 하면 절대 접근시키지 않았고, 제자들이 열심히 하지 않으면 무척 야단을 쳤다. 반면 술과 낭만을 좋아해 많은 예술인들과 교류했던 멋있고 세련된 양반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산불>은 4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내년 7월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신시뮤지컬컴퍼티 박명성 대표는 “5년 전 이를 제안했을 때 현대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너무 무거운 작품이라고 하셨지만 우리 역시 각색을 생각하고 있다 하니 흔쾌히 승낙하셨다. 지난해 중간 워크숍에서 결과물을 보여드렸더니 아주 만족해하시면서 ‘딸 시집 잘 보내는 게 부모 소원인데 아주 좋은 데에다 시집을 보냈다’며 기뻐하셨다”고 전했다. 거목은 떠난 자리에도 꽃을 피워올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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