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투자들>은 격동의 19세기, 남성을 지배했던 명예욕의 허상을 말한다.
광고나 뮤직비디오 출신 영화감독들에 대해 흔히 하는 말. ‘화면 때깔만 좋으면 뭘 해’ 운운. 그러나 리들리 스콧의 경우 그것이 오히려 축복이었다. 영화계 진출 전부터 이미 유명한 광고 연출자였던 스콧은 90만달러짜리 장편 데뷔작을 준비하면서 ‘영화가 안 되면 내가 다 책임지겠다’며 자신과 함께 광고를 찍었던 스탭을 모았다. 촬영기간 내내 내린 비는 오히려 화면 속 정서를 더욱 깊이있게 꾸며주었으며, 훗날 스콧이 즐겨 사용하는 하나의 스타일이 되기도 했다. 혹한의 러시아 시퀀스는 일부 장면을 눈 쌓인 호텔 주차장에서 촬영했는데, 다른 장면들과 감쪽같이 붙었을뿐더러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저예산이어서 세트를 짓지는 않았지만 결투장면에서 사용할 권총 빌리는 데 돈이 더 들어가 촬영 내내 스탭들이 긴장하기도 했다. 주인공 두베르의 아내 역으로 당시 키스 캐러딘의 연인이었던 크리스티나 레인즈를 캐스팅할 수 있었고, 대배우 앨버트 피니를 샴페인 한 상자에 특별출연시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스탭과 배우의 친분을 통한 행운이기도 했다. 기적적인 타이밍으로 얻을 수 있었던 마지막 장면의 아름다움 역시 순수한 운과 스콧의 통솔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과물인 <결투자들>은 탁월한 시각적 아름다움이 일견 앙상해 보이는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그 속의 의미를 드러내 보이는 인상적인 영화다. 음성해설에서 스콧은, 영화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알고 있던 것, 갖고 있던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비싸게 빌린 권총을 ‘던지는’ 하비 카이틀. 총을 받기 위한 스탭도 대기 중이었다.
장면 하나하나가 19세기 정물화 그대로다. <배리 린든>의 영향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