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혼자 집 앞 골목에 나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쳐들었다. 그때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달콤한 바다의 기억’, 비내리는 날 그녀에게 들려주었던 나의 기타소리 그리고 절친한 내 친구도 함께했던 우리 ‘트리오’. 여기까지의 묘사를 이미지를 그려보면 그것은 아련하고, 예쁘고,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따뜻하다. 시부야계 밴드 폴라리스의 2집 <Family>의 음악을 설명하자면 딱 그렇다. 처음 3개의 문장에서 작은따옴표로 표시된 것들은 <Family>에 수록된 노래 제목들이다.
폴라리스는 90년대 시부야계의 전설적인 밴드 피쉬만즈의 베이시스트 가시와바라 유즈루가 만든 밴드다. 이번 2집에 담긴 음악은 피쉬만즈의 색깔을 물려받으면서도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바탕으로 훨씬 간결한 팝을 구사한다. 드럼과 베이스가 가세한 3개 악기가 주연을 맡았고 노래마다 주·조연급의 악기가 등장한다. <심호흡>(深呼吸)에서는 재지한 피아노 선율이, <달콤한 바다의 기억>(甘い海と記億)에서는 첼로와 바이올린이 등장해 현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애처로운 화음을 들려준다. 경쾌한 펑키팝 <순간>(瞬間)은 언뜻 피쉬만즈의 3집을 떠오르게 한다.
시부야계 안에서 하바드, 닐 앤 이라이자 등과 함께 피쉬만즈 그리고 폴라리스의 음악의 또 다른 핵심은 미소년을 닮은 보컬의 음색이다. 선명하고 예쁜 멜로디를 돋보이게 만드는 데 꿈결처럼 달콤한 목소리 말고 더 좋은 악기는 없다. 가뿐한 사운드와 누군가의 사춘기를 대변하는 듯한 보컬 그리고 아련한 멜로디. 피쉬만즈에서 폴라리스로 이어지는 음악은 어느 때부턴가 성장을 거부하는 어른아이들의 낮잠꼬대 같다. <순간>의 독특한 사운드 실험은 낮잠 중에 꾼 악몽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