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3>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나 <매트릭스>의 트리니티, <킬 빌>의 브라이드,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 같은 여전사 주인공 영화들을 볼 때마다 경탄과 함께 탄식이 나온다. 아∼ 나도 저렇게 싸움을 잘했으면…. 근육질 여성의 섹시미 때문이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에서다. 밤 늦게 골목길을 걷더라도 괜한 두려움에 떨 일 없고, 택시나 길거리에서 마초 폭탄을 만났을 때 감동적인 교훈을 줄 수도 있고, 싸울 때마다 바락바락 대드는 남편과 긴 시간 논쟁을 벌일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요가 따위를 하기보다는 <킬 빌>의 우마 서먼이나 <걸파이트>의 소녀처럼 다이어트도 되면서 진정 삶에 ‘힘’이 되는, 권투나 격투기 같은 운동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남자주인공의 액션영화는 또 다른 깨달음을 주는 데 진정한 액션영웅이 되기 위해서 굳이 매일 푸시업 100번씩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 확실한 건 액션영웅 애인이나 남편을 두는 것이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미션 임파서블3>가 주는 메시지도 바로 이거다. 잘 키운 애인 하나, 권총 열 자루, 벽돌 열장 깨는 파괴력 부럽지 않다.

액션영웅 애인이 좋은 건 그에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데만 있지 않다. 보호라는 건 옆에 있을 때나 가능하지 신분을 숨긴 애인이 출근하면 말짱 꽝이니까. 천하의 이단 헌트라고 해도 곁에 있지 않은 애인 줄리아가 납치되는 데는 속수무책 아니던가. 놀라운 건 전사 애인을 두게 되면 저절로 전사형 인간이 된다는 사실이다. <미션 임파서블3>의 줄리아도 악당 오웬에게 납치되기 전까지는 하늘하늘하고 다정한 간호사에 불과했지만, 납치를 당해서도 그저 살려달라는 절규 외에는 할 줄 모르는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액션영웅 약혼자가 나타나면서 마치 감염되듯 그의 포스를 전해 받는다. 장전을 할 줄도, 자물쇠를 풀 줄도 모르는 총을 들고 악당을 향해 정확히 조준하며 구르고 피하고 내지르며 스테인리스 스틸판에 반사되는 상대방의 모습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순간적 기지까지 발휘한다. 그래서 나중에는 이단이 일하는, 이름도 꺼림칙한 IMF에서 다른 직원들로부터 마치 동료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 반면 이단 헌트가 길러낸 여자 후배는 몇년 동안 죽도록 고생해가며 혹독한 훈련 끝에 비밀요원이 됐지만 결국 오웬의 농간 한방에 인생 종친다. 결론은? <킬 빌>의 브라이드도 완전히 삽질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여전사가 나오는 영화들에서는 거추장스런 훈련장면을 삭제하고 그냥 잘생긴 근육질 남자친구 하나를 붙여주는 것으로 압축미를 보여줬으면 한다. 역시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액션영웅도 될 수 있는 거니까.